Wing-tip fuel tank
1940년대 중반부터 1950년대에 개발된 전투기들을 보면 유독 날개 끝에 연료탱크를 가지고 있다. 반면, 오늘날에는 이러한 외부 연료탱크를 찾아보기 어려운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항공기의 날개는 비행 중에 다양한 힘을 받는다. 그중에서 가장 직관적이고 우리에게 친숙한 힘은 양력(lift)이다. 이밖에도 비행기의 날개에는 다양한 하중이 걸리나 이 양력 하나 안에도 다양하고 복잡한 공학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기에 여기에서는 매우 간략하게 다루도록 하겠다. (어쩌면 틀린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우선, 항공기의 동체에서 뻗어 나오는 날개는 아래에서 위로 비행기를 들려 올려주는 양력을 받는데 여기서 책상 위에 한 끝이 고정되어 있는 자(ruler)를 생각해보자. 1 cm 간격으로 동시에 자에 힘을 준다면 당연히 또는 직관적으로 우리는 책상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부분이 가장 심하게 구부러질 것임을 알 수 있다. 비행기의 날개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굳이 전투기까지 갈 필요 없이 비교적 '얌전한' 비행만을 하는 여객기도 위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날개에 의도적으로 상당한 부하(load)를 가하는 등의 평가를 거친다. 물론, 이러한 시험은 한 번에 강력한 힘을 가하는 것이 아니며 사진에서 볼 수 있듯 매우 느린 속도로 진행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날개 끝에 연료 탱크를 달아 의도적으로 양력에 반하는 중력을 날개에 가해주어 변형을 최소화시켜주는 것이다. 지금이야 소재의 발달로 위 사진에서처럼 유연하면서도 강하고 수명이 긴 날개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재료공학 기술이 지금보다 낮았던 과거에는 날개가 최대한 변형되지 않도록 방지해줄 필요가 있었기에 날개 끝에 연료 탱크를 달아 의도적으로 날개를 아래로 구부러지게 만들었을 것이라 본다. 그렇게 되면 수평 상태에서 아래로 기울어진 날개는 양력을 받아 다시 수평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초기 제트 항공기의 낮은 연비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초기 제트 엔진은 가뜩이나 연비도 낮은데 동체 내부에 제트 엔진이 들어서버리니 가장 손쉽게 연료 탑재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외부 연료 탱크를 사용하는 것이었을 터이다. 그리고 비슷한 맥락으로 오늘날에는 엔진의 연비가 좋아짐은 물론이고 공중 급유 기술의 발전 등으로 굳이 날개 끝에 연료 탱크를 탑재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라 본다.
세 번째 이유는 고속 비행을 위해 날개를 얇게 만드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1950년대 초에 들어서는 전투기의 성능을 가늠하는 지표로 '속도'가 사용되었는데 당시에는 고속 비행에 적합한 익형이 가져야 할 조건이 바로 '얇은 두께'였다. 그러다 보니 원래대로라면 날개 안에 연료를 탑재할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얇게 만들다 보니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극단적인 예가 바로 세계 최초의 마하 2급 실용 제트 전투기인 F-104인데 날개가 너무 얇다 보니 지상에 주기되어 있을 때 정비사나 조종사가 다치지 않도록 날개 앞전(leading edge)에 별도의 보호구를 씌워두었다고 한다.
네 번째 이유는 양력과 관련되어 있다. 양력은 아래에서 위로 향한다. 당연하지만 날개 끝에서는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자. 아래에서 올라온 공기는 날개 끝에서는 날개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면서 되려 날개를 누르게 된다. 이런 것을 내리 흐름(down-wash)라고 하는데 방향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양력을 상쇄시켜버리는 힘이 된다. 그래서 오늘날 여객기 날개 끝에는 winglet이 존재한다. 여객기는 민간사업이기에 연비를 향상하고 적은 연료로 더 많은 승객을 태워야 하기 때문에 winglet을 가지며 반대로 군용기는 연비도 중요하지만 기동성과 피탐지성 등이 더 중요하기에 winglet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날개 끝에 뭉툭하게 달린 Wingtip fueltank는 이러한 내리 흐름을 억제하는데 유용했으리라 본다.
하지만, 윙팁 연료탱크는 비행기에게 이점만 주지는 않는다. 공기역학적으로 보았을 때 다양한 단점들이 거론될 수 있겠지만 여기에서는 단 하나만 다루고자 한다. 바로 가로 안정성(lateral stability, 아래 사진의 노란색 화살표)이 떨어진다. 헬스장에서 중량 스쿼트 할 때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기다란 쇠봉 양끝에 무거운 원판을 끼워두면 가만히 있을 때는 아래로 눌러주는 힘이 있어 안정적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몸이 기울면 원판 때문에 몸이 확 기운다. 비행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날개 양끝에 달린 연료탱크는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항공기의 안정성을 떨어트린다.
이렇게 네 가지 장점과 한 가지 단점을 들어 왜 1940년대 말에서 1950년대 전투기들이 윙팁 연료탱크를 가지게 되었는지 추측해보았다. 혹시라도 항공기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신 분이 있다면 추가적인 내용 또는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주길 바라며 부족한 글을 마무리 지어본다.
배경사진 : Britmodeller.com
Avaition stack exchange 「Why don’t we see business jets with wingtip fuel tanks anymore?」
Wikipedia, Aircraft fuel t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