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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Jan 17. 2024

뇌 해방

   뇌과학자 마르코 야코보니는 책 『미러링 피플』에서 “우리의 정신 과정은 몸에 의해, 그리고 몸이 주변을 통해 움직이고 상호작용한 결과물인 여러 유형의 지각 경험과 행동 경험에 의해 형성된다. 뇌는 생각하고 몸은 단지 출력기관에 해당하는 게 아니라, 뇌와 몸이 함께 생각하고 반응한다”는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란 개념을 설명합니다. “개념을 잡는다”라고 이야기하면 뇌에서 실제 뭔가를 손으로 잡을 때 작동하는 운동세포들이 활성화된다는 겁니다. 이를 활용하면 우리는 몸을 움직이면서 뇌와 마음에 새로운 느낌과 변화를 더 생생히 전달해줄 수 있습니다. 팔을 앞뒤로 털며 스스로에 대한 과도한 비난을 ‘떨쳐내고’, 바닥을 발로 힘껏 밀며 자신을 당당히 ‘떠받쳐주고’, 공원을 걸으며 세상으로 ‘걸어나오는’ 연습을 해보는 겁니다. 몸과 함께 새 삶의 자세를 익혀가는 것이죠.(안주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공감-마지막으로 가슴이 뛰어본 것이 언제인가요>, 경향신문, 2024.01.10 에서)


​   인지과학자 김상균은 한 칼럼에서 “만약 당신이 독재자라면 어떤 정책을 시행하고 싶습니까?”라는 이상한 질문에 대한 답으로 디지털 해독 정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   첫째, 수천명까지 가능한 소셜미디어의 친구 수를 수백명 이하로 제한하겠다. 무분별한 온라인 네트워크는 진정한 인간관계를 희석하고 있다. 국제저널인 ‘성격과 개인 차이’에 캐나다 라이얼슨대학교 연구팀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소셜미디어 사용량이 높은 이들의 자존감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이들과 연결된 이들이 오히려 자기 내면과의 관계는 악화한 경우가 많은 셈이다. 또한, 소셜미디어 속 관계에만 의존하면서 현실 세계 속 사람들과의 관계를 회피하는 이들도 나타나고 있다.

   둘째,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하루 총 3시간으로 제한하겠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사용도 하루 3시간으로 제한하겠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업무를 처리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통해 편하게 즐거움을 누리지만, 이런 서비스들 역시 역설적으로 우리의 활동과 관계를 제한하는 부분이 많다. 스마트폰이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 의존하다 보면, 우리는 디지털로 연결된 범위 내에서만 활동하게 되는데, 우리 삶 전체가 디지털로 들어와 있지는 않다. 즉,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보여주는 범위 안에 자기 삶을 가두는 셈이다.(<나는 디지털 해독을 꿈꾸는 독재자이다>, 한겨레, 2024.01.11. 에서)​


​   '체화된 인지' 개념이 타당하다면,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을 유익하게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운동을 해야 한다. 운동이 신체적 활동에 정신적 활동까지 더한 포괄적 개념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당장 손에 든 스마트폰을 집어던져야 한다. 불가하다면 디지털 해독 정책의 일환을 스스로에게 적용시켜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제한하는 독재자로 변모해야 한다. 직관, 단순, 자극이란 감옥에서 뇌를 해방시켜 개념, 복합, 내면의 벌판에 방목시켜야 한다. 그래야 인간다워지지 않을까.

   중독은 심신을 망친다. 이대로라면 파멸을 자초한다. 스마트폰으로 자꾸 가는 손을 다른 손으로 힘껏 때려라. 대신 책을 집겠다. 펜을 들겠다. 책을 들었는데 영 안 읽히면 읽는 시늉이라도 하겠다. 읽는 시늉도 못 내겠으면 펜으로 베껴 쓰겠다. 액정화면에 멀뚱히 정신 팔린 것보다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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