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대일 Feb 06. 2024

소는 누가 키우나

   오늘 화요일은 쉬지 않고 일한다. 이른바 명절 대목 특수를 노려서이다. 하지만 개업 이래 명절 앞 화요일 매상은 늘 시원찮았다. '화요일=휴무일'이란 공식이 머릿속에 단단히 박힌 단골이 늘어날수록 괜한 짓 한다는 후회가 따라 늘어날 판이니까. 그럼에도 노느니 염불하는 심정으로 문을 열어야 마음의 부담을 덜 수 있다. 이번처럼 연휴 짧은 명절에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지 몰라도 이틀씩이나 모자라는 2월까지 닥치면 예전 한 개그맨이 작렬시킨 "소는 누가 키우냐"란 유행어가 "놀 거 다 놀면 돈은 언제 벌래?"로 변주되어 귓가를 쨍쨍 울리면서 한정없이 속을 뒤집어 놓을 테니까. 노는 날 삼색 회전등을 돌린 덕으로 영문 모르는 순진한 뜨내기손님을 유인할 수만 있다면 얼마가 됐건 가욋돈이라 여기면서 소소하게 기뻐하는 모드로 스스로를 기망하면서 오늘 화요일을 버티는 수밖에 없다.

   일하는 화요일이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이제는 발길을 아예 끊은 손님은 충청도 어디쯤에 있다는 독일계 회사 공장장 겸 관리책임자다. 그는 매달 꼭 목요일 아침에 커트와 염색을 하러 왔다. 왜 꼭 목요일이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신박했다. 회사 근무 규정 상 일주일 중에 사흘만 일하고 나흘을 쉰댔다. 수요일 저녁이면 그 주를 마감하고 부리나케 부산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남들은 출근하느라 마음 급한 목요일 오전에 커트점을 들르는 루틴은 그만의 고유한 우월의식임에 분명했다.

   시장을 지배하는 독점 체계를 구축해 놓은 덕에 생산량을 임의로 조절 가능해 일주일 중 사흘 이상 공장을 일부러 돌리질 않는다는 설명이 대한민국 안에서 버젓이 일어나는 게 선뜻 와닿지가 않았지만 어쨌든 누구나 선망하는 '쉴 때는 확실하게 쉬는 회사'엘 다니는 직장인을 눈앞에서 보고 있자니 부럽기 짝이 없다가도 도대체 전생에 무슨 덕을 얼마나 쌓았길래 그런 복을 다 누리나 샘까지 났더랬다.  

   아마 작년 설 대목이었지 싶다. 연휴 때 며칠 쉬나고 물었더니 공식적인 빨간 날 나흘에다 앞뒤로 붙여 여드레라고 자랑삼아 떠벌리자 깎새가 경악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작년 여름 이후로 발길을 끊어서 더는 직접 물어볼 순 없지만 올 설엔 또 며칠을 쉴지 궁금하다. 달력 빨간 날은 나흘에 머물러 있지만 그의 달력은 온통 빨간색으로 여전히 떡칠이 되어 있을지.

   올 설은 설날과 그 이튿날만 쉬기로 한 깎새다. 연휴 끝나는 다음날이 화요일이라 연달아 쉴 수 없어 그리 정했다. 이런 걸 두고 디비쫀다고 한다.

작가의 이전글 중이 제 머리 못 깎는 법이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