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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Feb 14. 2024

추리문학관

   연휴라 느긋하게 동네를 산책하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한 건물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 건물에 얽힌 어처구니없는 기억이 떠올라서다. 한동안 『만다라』와 『여명의 눈동자』란 소설을 쓴 작가가 동일 인물인 줄 알았었다. 이름 끝 자 초성만 달라 생긴 착각이었다. 그 착각이 깊어 순수문학으로 대표되는 아카데미 중심의 문학으로부터 장르문학의 한 가지인 추리소설에 이르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유한 비상한 능력의 소설가로서 동일인을 상정하고야 말았다. 인생의 진리를 찾아 방황하는 청춘들 이야기를 담은 불교소설을 쓴 소설가(김성동金聖東)와 한국 추리소설의 중시조(김성종金聖鍾)가 전혀 다른 인물임을 안 지는 불과 얼마 되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어쩔거나, 이 무식을!

   해운대 달맞이언덕을 털레털레 걷다 보면 <추리문학관>이란 이정표가 보인다. 말 만들기 좋아하는 어떤 이가 달맞이언덕을 한국의 몽마르트르언덕이라고 부르던데 과해도 너무 과한 비유다. ​​몽마르트르라고 하면 진정한 자유를 꿈꾸는 예술가들의 이상향이면서 낭만이 가득한 장소로 거리를 메운 화가들과 감성적인 가게들, 느낌 있는 프랑스 전통 레스토랑들로 파리에서 가장 로맨틱한 곳이란 것쯤은 안다. 그 몽마르트르를 ‘갤러리&카페’란 미심쩍은 수사를 써서 화랑인지 카페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정체불명인 장삿집 아니면 커피숍, 음식점들로 점령된 유흥지와 비교하는 건 당치도 않다. 창작과 예술의 장소라는 몽마르트르도 밤이 되면 환락가로 변한대서 무작정 동경할 수만은 없겠지만 기어이 몽마르트르라는 지명을 넣어야 직성이 풀리겠다면 ‘밤에만 몽마르트르를 닮은 언덕’으로 칭하면 얼추 비슷할지 모를 일이다. 그런 지리적 여건 하에서 <추리문학관>은 달맞이언덕이 꼭 먹고 마시는 생리적욕구만 분출하는 곳이 아님을 항변하는 거의 유일하게 변변한 장소가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통영의 <청마문학관>은 입장료가 1,500원으로 저렴하고 <박경리 기념관>은 아예 무료임에 반해 <추리문학관>은 5,000원으로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김성종 작가 사재로 세운 개인 문학관이니 재정적 무게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겠지. 뜨내기 관광객들이 달맞이언덕 관광 코스 중 하나로 기념하기 위해 지출할 비용으로야 부담스럽지 않을 입장료가 지척에 살면서 문화적 갈증에 늘 허덕이는 자가 뻔질나게 드나들기에는 큰돈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동네에 자랑할 만한 명소임에도 입맛만 다시다 말 공간이니 참 안타깝다. 그림의 떡이란 이런 걸 두고 이르는 표현일 테다.(월간, 연간 회원권이라는 게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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