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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Feb 15. 2024

불안

   엄마가 입원한 병원 대표번호가 발신인으로 뜨면 불안하다. 환자 상태가 호전됐다고 일일이 보고하는 병원은 별로 없으니까.

   명절 연휴가 끝나기가 무섭게 구토를 해대면서 아무 것도 먹질 못하고 몸져누운 큰딸을 두고 출근하는 발걸음이 무겁다. 기름진 명절 음식 탓이 아니라 예기치 못한 질환 때문일지 모른다는 불안이 엄습한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옆차가 있는 줄도 모르고 엉겁결에 주차를 했다. 주차를 시도하던 그 짧은 순간에 뭔가에 홀린 모양이었다. 모골이 송연했다. 막내딸이 버젓이 옆자리에 동승해 상황을 모두 목격했는데도 옆차를 들이받지 않았는지 둘러보느라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이따금 통제되지 않은 정신이 나가면 아찔하고 그로 인해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까 불안하다.

   나열한 것들 말고도 불안은 각양각색의 모습을 띄고서 불각시에 덮친다. 불안하지 않을 때가 언제이고 불안하지 않을 자 뉘 있겠는가마는 그것에 당당하게 맞서거나 버틸 뚝심이 허약해진 게 치명적인 약점이다. 나이가 들어 체력만 약해진 게 아닌가 보다.

   이 불안은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일어날 것만 같은 어떤 불운을 상정하고 마는, 상황에 직면해 와르르 무너져 버리는 절망적 붕괴를 암시하는 듯해 섬뜩하면서 괴롭다. 이쯤되면 병이다. TV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불안을 잠재운다는 '안심액'이라도 사먹어야 하나. 아니면 상담을 받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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