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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Feb 23. 2024

신호위반

   "인간의 뇌가 가장 먼저 신속하게 판단하는 것은 형태보다 색깔이라고 하니까요."

   일본 국내에서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한 적이 있다. 남녀 화장실을 식별하기 위한 일반적인 마크가 있는데, 남자 화장실은 파란색의 직립한 사람 모양, 여자 화장실은 빨간색 스커트를 입은 사람 모양이다. 어느 날, 나란히 자리한 남녀 화장실 입구에 남자용 화장실에는 빨간색 남자용 마크를, 여자용 화장실에는 파란색 여자용 마크를 붙였다. 그러자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잘못된 성별의 화장실로 들어갔다고 한다. 즉, 마크의 모양이 아니라 색깔을 보고 남녀 화장실을 판단했다는 얘기다.(오카자키 다쿠마,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수첩 1』, 양윤옥 옮김, 소미미디어, 41~42쪽)


​   초록색 신호면 가고 빨간색이면 멈추는 가장 단순하면서 맹목적인 판단을 못해서 쌈짓돈이 털린다. 어린이보호구역 신호위반은 과태료만 7만 원이다. 그로 인한 여파가 오래 간다.

   차를 몰고 다니는 동안 혹시 다른 위반을 또 저질렀을지 불안하다. 규정속도를 초과하면 네비게이션에서 무시로 깜빡이는 빨간 경고등, 어린이 보호구역에 진입했으니 주의하라는 빨간 경고등을 감지 못한 적이 혹시 없는지, 신호등 불빛만 구분하지 못하는 선택적 색맹이라도 생긴 건 아닌지. 그게 아니면 혹시 귀신에 홀린 건지도. 

   초록색이면 가고 빨간색이면 멈추며, 네비 경고등이 깜빡거리면 속도를 줄이는 가장 기초적인 판단이 버거우면 운전을 관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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