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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Feb 27. 2024

이발소 회전간판

   깎새네 점방 맞은편, 그러니까 2차선 도로를 건너 한 50m쯤 마주보이는 이발소의 회전간판은 새벽부터 쉼없이 돌아간다. 아침 6시30분 전후로 점방에 들어서기 전 깎새는 맞은편 삼색 회전간판을 꼭 살피는 버릇이 생겨 어김없이 돌아가는 걸 확인해야 비로소 안도한다 이상하게도.

   도대체 몇 시에 출근하는지 집 근처 목욕탕 이발소 영감을 붙잡고 물어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목욕탕 건물 안 이발소가 한결같이 거기에 있음을 고하려고 회전간판이 새벽 5시부터 돌아가는 걸 깎새가 우연히 발견한 뒤로는.

   두 이발소는 다른 듯 비슷하다. 깎새네 점방 맞은편 이발소는 자가건물이지만 목욕탕 이발소는 세를 낸다. 과거의 번영을 뒤로 하고 지금은 가뭄에 콩 나듯 몇몇 단골만이 찾아올 뿐인 조락함은 서로 닮았다. 그런 두 이발소의 회전간판이 영고성쇠의 무상함을 더 도드라지게 연출하는 클리셰일는지 모르겠으나 어제에 이어 오늘로, 오늘을 거쳐 내일도 어김없이 새벽을 깨울 게 분명하다면 그 시종여일한 기백이 감동스럽다.

   돌아야 할 게 돌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꾸준할 거란 믿음이야말로 '내가 제대로 하고 있긴 한 걸까'라고 회의하는 자에게 더할 나위 없는 위안이자 등대다. 다른 이발소 삼색 회전간판을 볼 적마다 시답잖은 상념에 젖곤 하는 깎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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