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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Mar 31. 2024

시 읽는 일요일(145)

일요일의 세이렌

                     김이듬



다독여 모셔놓았던 눈사람을 냉장고에서 꺼냈습니다. 그땐 왜 그랬을까요? 모든 독신자와 모든 걸인들과 모든 저녁의 개들에게 묻습니다. 가르쳐주시겠어요? 이 허기는 살아 있는 동안 끝날까요? 늦봄, 양손에 쥔 한 덩이씩의 눈을 주먹밥처럼 깨물며 이상한 사이렌 소리를 듣습니다. 댐이 방류를 시작합니다. 강가의 사람들은 신속히 밖으로 나가주십시오. 진양호 댐 관리소에서 알려드립니다. 사람들은 들었을까요? 내 방은 강에서 멀리 있는데 물 빠진 청바지 같은 하늘엔 유령들이 득시글거립니다. 가르쳐주세요. 눈사람처럼 내 다리는 하나로 붙어 광채를 띤 채 꿈틀댑니다. 나는 어느 바다로 흘러갈까요? 혼자 그곳에 갈까요? 손바닥에서 입에서 흘러내리는 이것이 한때 머리였는지 몸통이었는지 아무것도 아니었는지 나는 왜 지금 막 사라진 것들에만 쏠릴까요? 부르면 혼자 오시겠어요?​


   (세 가지가 없는(무도, 무식, 무책임) 자들한테 지난 2년은 매일매일이 일요일이었다. 하지만 그들을 뺀 나머지는 하루하루가 월요일이었다. 감미로운 노래로 온몸을 휘감아 유혹하는 세이렌에 노예가 되어 버린 그들은 감지하려 들지 않았다. 세이렌의 노래가 아름다운 노랫소리이면서 동시에 위험의 신호임을. 선율은 사라지고 단조로운 부저음만 남아 세이렌이 사이렌으로 변했음을 진작에 경고했다. 파국은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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