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대일 Apr 01. 2024

민원이냐 민심이냐

   깎새 점방이 있는 동네는 왕복 2차선 도로가에다 주차선을 그어 놓고선 공영주차장이라고 부른다. 관할 지자체는 그 주차장 운영권을 민간에 임대를 주는 모양인데 깎새가 2년 전 점방을 차릴 때부터 주차 노인은 깎새 점방을 포함한 좌우로 한100m쯤 되는 구역을 관리하고 있다.

   단골인 개인택시 기사는 월 주차권을 끊으면서 주차 노인을 다 팁을 귀띔 해줬다. 전기차와 경차가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반값 할인이고 월 주차도 마찬가지란다. 동네 노상 주차장도 공영주차장이니 전기차인 택시가 마땅히 할인을 받아야 하는데도 제값 받겠다고 우겨서 구청 담당 부서에다 민원을 넣고 주차 노인한테 그 사실을 알렸다. 그랬더니 기세가 확 꺾이더란다. 경차를 모는 깎새도 하루 주차비 3천 원(규정대로라면 2천 원쯤 할 거랬다) 따박따박 받아가고 월 주차를 문의했더니 일 주차나 월 주차나 거기서 거기라는 말도 안 되는 명분을 내걸어 일언지하에 거절해 버린 주차 노인이 괘씸해서라도 민원을 넣고 시정을 꼭 요구하랬다.

   사시사철 딱히 쉼터랄 데 없이 도로 이 끝에서 저 끝으로 어깨 굽은 몸뚱아리를 하염없이 끌고 다니는 노친네가 눈에 밟혀서 냉장고 뒤져 틈틈이 베풀었어도 고마워하는 기색 한번 내비친 적 없다. 원래 표 내는 데 젬병인갑다 여기고 말면 서운할 건 없겠으나 이태가 넘도록 깎새한테 머리 맡긴 적 없는 건 좀 아니지 않나. 더 열이 받는 건 평소에는 벙거지 푹 눌러 쓰고 다니다가도 어디 숨겨놓은 근사한 단골집에라도 다녀왔는지 깔끔하게 이발이라도 하고 온 날에는 벙거지 내팽개치고 맨머리를 쳐들고 다녀 깎새 염장을 지르니 그 꼴을 두고 눈치가 없는 건지 일부러 그러는 건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라. 어쩌다 보니 매일 차를 몰고 다니게 됐고 그 차를 퇴근때까지 온전하게 주차시키자면 노상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지만 주차 노인 눈꼴사나운 행상머리를 이대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 '민원'에 마음 기울어진다.

   하지만, 제 잇속만 채운다고 만사형통인 세상사가 아님을 잘 아는 깎새는 망설일 수밖에 없다. 장사 하루이틀 하다 접을 게 아니라면 매일 마주치는 동네 주민들한테 신망을 잃어 좋을 리 없다. 3천 원 내던 주차비 2천 원으로 줄어 한 달 주차비를 절감하면 경제적으로야 이득일지 모르겠으나 알량한 천 원 아끼려다 모난 돌이 정 맞듯이 미운털 박히면 자칫 그 수백, 수천, 수만 배 후환이 몰려올지 모를 일이다. 주판알 튕구는 이해득실로는 도무지 드러나지 않는 평판, 인심이라는 정서적 이문을 무시하지 못해서, 민원을 넣느냐 민심을 택하느냐 그것이 진정 문제로다.

작가의 이전글 시 읽는 일요일(14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