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대일 Apr 06. 2024

온고이지신

   어제 새벽 점방으로 직행하지 않고 사전투표장엘 먼저 들렀다. 10분 전 도착해 아침 6시 기표소가 열리자마자 일착으로 투표하려고 했지만 훨씬 전부터 기다린 유권자 줄이 제법 길었다.

   대기하는 그 십수 분이 지겨워서 스마트폰을 켜 메모장을 뒤적거리다가 문득 눈에 뜨인 문장이 새벽 댓바람에 투표장까지 나온 당위를 설명해주는 성싶어 인상깊었다. 당시에도 뭔가 꽂힌 구석이 있었으니까 메모장에 기록했을 테지만 문장을, 단어를 곱씹으며 새삼스러워하는 깎새.

   우리의 온은 온존溫存인가 척결剔抉인가. 그것이 선거를 대하는 우리의 쟁점이다. ​ 


​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란 구절은 어디까지나 진보적 관점에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와 미래를 하나의 통일체로 인식하고 온고溫故함으로써 새로운 미래(新)를 지향(知)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어야 할 것입니다. 이 구절은 대체로 온고 쪽에 무게를 두어 옛것을 강조하는 전거典據로 삼아왔습니다. 그러나 이 구절은 온고보다는 지신에 무게를 두어 고故를 딛고 신新으로 나아가는 뜻으로 읽어야 할 것입니다. 더구나 온溫의 의미를 온존溫存의 뜻으로 한정할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단절이 온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옛것 속에는 새로운 것을 위한 가능성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변화를 가로막는 완고한 장애도 함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역사가 가르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방법으로서의 온은 생환生還과 척결剔抉이라는 두 가지 의미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신영복)​

작가의 이전글 행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