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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Apr 07. 2024

시 읽는 일요일(146)

봄똥

   김영산



어머니 겨우내

떨며 생솔가지 배던 조선낫으로

그늘진 텃밭 지푸라기 쓸고 눈을 털면

힘살 백인 배추싹들 가슴 멍들도록 살아서

너, 견디기 힘든 시절을 뿌리째 끙끙 앓고 있구나


​   ('봄동'은 노지​露地​에서 겨울을 보내어 봄에 수확하는 배추이다. 달고 아삭아삭한 식감이 일품이다. 겨울 추위를 이기느라 힘살 백이고 가슴에 멍이 든 배추가 겨우내 달아난 입맛을 돋우게 하니 식도락의 잔인함이란. 

   처음 알았다. 배추가 추위에 강하고 더위에 약하다는 사실을. 기온이 낮은 높은 산에 있는 밭, 즉 고랭지 배추가 왜 더 좋은 값을 받는지도 이해했다. 하여 '힘살 백인 배추싹들 가슴 멍들도록 살아서' 구절이 더 눈에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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