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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Apr 09. 2024

Danny Boy

   며칠 전 퇴근길 라디오에서 Eric Clapton이 연주하는 <Danny Boy>가 흘러나왔다. <Danny Boy>는 일종의 수도꼭지다. 장소 불문하고 그 곡이 흘러나오면 눈물이 자동적으로 흘러내린다. 평소 견고했을 감정의 철옹성에 생긴 작은 틈을 기어이 비집어 파고드는 집요함으로 결국 무장해제시켜 버리는 무시무시한 위력 탓에 자신의 나약성을 발각당하기 싫어서 혼자 숨어 듣는 최애곡. 

   수많은 아티스트들에 의해 리메이크된 곡은 애잔한 선율만으로 가사가 주는 서정성을 뛰어넘어 심금을 울린다. 그러니 <Danny Boy>가 됐든 <Londonderry Air(런던데리의 선율)>가 됐든 상관없다. 영화 <맴피스 벨>(1990)에서 마지막 25번째 출격을 앞둔 전날 밤 파티에서 클레이 버즈비(해리 코닉 주니어 분)가 부른 <Danny Boy>.


​Oh Danny boy, the pipes, the pipes are calling

아, 목동들의 피리소리 울리네

From glen to glen, and down the mountain side

산골짜기에도, 산기슭에도

The summer's gone, and all the roses falling

여름은 지나가고, 꽃들도 다 지니

It's you, it's you must go and I must bide

너는 떠나야만 하고, 나는 남아야 하네

But come here back when summer's in the meadow

하지만 여름이 되어 초원이 푸르러지거나

Or when the valley's hushed and white with snow

계곡에 눈 덮힐 때쯤이면 돌아오려무나

Yes I'll be here in sunshine or in shadow

화창한 날이나 흐린 날에도 난 여기 있을 거야

Oh Danny boy, oh Danny boy, I love you so

아, 목동아 난 너를 사랑한단다


​   ​흥겨운 파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노랫말이 주는 모순이 사지로 떠날 이들의 비장함을 증폭시킨다. 영화 내내 억눌렸던 감정은 멤피스 벨이 극적으로 착륙하자 흘러나오는 OST <The Landing>(Danny Boy 편곡)로 일거에 해소됨으로써 <Danny Boy>로 길항하던 영화는 마침내 마침표를 찍는다. 음악이 영화를 가지고 논 사례.


https://www.youtube.com/watch?v=tyiTQpP5_Rc


https://www.youtube.com/watch?v=Q3LcGb0DGM8


https://www.youtube.com/watch?v=7xzJhM0sw8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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