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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Apr 10. 2024

Orandum est ut sit mens sana~

   고대 로마의 시인 유베날리스가 한 이 말은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로 번역되었고, 체육 교관들이 신병들을 가혹하게 훈련시키는 명분이 되어 왔다.

   하지만 사실, 유베날리스는 완전히 다른 의도에서 그 말을 했다. 위의 격언은 그의 풍자시에서 따온 것이지만 한 문장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 완전한 문장은 "Orandum est ut sit mens sana in corpore sano"로써, 번역하면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까지 깃들면 바람직할 것이다"이다. 이것은 찬사가 아니라, 당시에 유베날리스가 아주 못마땅하게 생각한 신체 단련 열풍에 대한 공격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기름을 발라 번질번질한 로마 시대 검투사들의 근육에 대한 그의 논평을 요즘 말로 푼다면 이럴 것이다. "이 근육만 키우는 멍청이들이 생각을 할 줄도 안다면 얼마나 좋으랴."(『상식의 오류 사전』, 발터 크래머, 괴츠 트랜클러/박영구, 박정미 옮김, 경당, 2001, 35쪽)

   육체가 정신을 지배한다고 여기는 이들에게 전가의 보도인 양 계승되던 아포리즘이 실은 비아냥이었다니! 하지만 개구리배보다 더 볼썽사납게 튀어나온 아랫배가 한탄스러워 속도 5.8, 경사 6으로 세팅한 러닝머신 위에서 거의 매일 5km를 운동화가 닳도록 걷고 또 걸으면서 비지땀을 흘리는 스스로를 비웃을 수는 없으니 경구를 경배할 수밖에!

   동네 헬스장 출입한 지가 한 달쯤 됐지 아마. 시간이 안 맞는 토, 일요일만 빼고 닷새 내내 저녁 식사를 거의 굶다시피하고 러닝머신만 붙들고 있었더니 겨우 3kg이 빠졌다. 정상 체중으로 돌아가자면 아직 15kg을 더 빼야 하고 아랫배는 요지부동이다. 그럼에도 점점 느껴진다. 몸은 (깃털이 되자면 멀었지만)가벼워지고 충열, 부종, 발열, 통증 따위 염증도 점점 사그라드는 안도감. 안 아파서 한결 가뿐하니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가 아주 틀린 번역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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