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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Apr 12. 2024

두릅

   3~4년 전부터 이맘때만 되면 마누라 지인의 남편이 밭농사를 한다는 경남 밀양 근처로 두릅과 머위잎 따러 마누라와 지인이 출동한다. 올 봄에도 예외없이 임시 공휴일인 총선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선 마누라는 온종일 산기슭을 헤맨 끝에 두릅과 머위잎, 취나물 따위 산나물을 한아름 거두어 왔다.

   요리법에 따라 절이거나 밀가루에 묻혀 튀겨 먹기도 한다는데 집에서는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다 동이 난다. 입 안에서 특유의 향기가 감도는 게 일품이고 아삭하고 쌉쌀해 입맛을 돋우는 두릅 식감이 아스파라거스와 어슷비슷하다는데 아스파라거스를 별로 못 먹어봐서 잘 모르겠다.

   입맛 떨어지는 걸로 봄이 옴을 감지하는 이상한 버릇이 나이 먹을수록 두드러지는지라 식욕 부진이 의욕감퇴로 이어져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어도 봄이 아닌 채 움추려 지내기 일쑤이지만 그나마 두릅 덕분에 숨통이 트인다. 연례행사마냥 두릅을 씹으며 전의를 새삼 다진다고 하면 너무 나간 표현일까.

   첫순 따고 두 번째로 딴 것이 제대로 맛이 나던데 다행히 엊그제 마누라가 따온 건 두 번째로 딴 순이다. 그것만 연일 열나게 조졌다. 밥에 곁들이는 반찬으로 먹으라지만 오로지 두릅만으로 끼니를 때운다. 


​   맛과 향 모두 뛰어나지만, 두릅이 ‘산채의 제왕’으로 불리는 진짜 이유는 바로 영양소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두릅은 다른 채소들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칼슘, 철분 등 무기질과 비타민 A, B1, B2, C까지 고루 함유돼 있다.

특히 쓴맛을 내는 사포닌 성분은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당뇨병 환자에게 좋고, 항암 및 항염증 작용, 항산화 활성도 우수하다. 혈관 내 노폐물을 배설해주는 효능도 있어 고혈압과 동맥경화증 등 혈관계 질환에도 이롭게 작용한다.

   두릅에서 나는 독특한 향은 정유 성분 때문인데 이 성분은 신경 안정과 집중력 향상, 숙면에 도움을 준다. (국민건강보험 누리집 발췌)


​   특정한 시기나 계절에 먹어야 영양가 만점인 게 제철 음식이다. 그렇다고 영양소 믿고 입에 마구 처넣는 건 아니다. 기분 탓이겠지만 해가 다르게 겨울이란 계절이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처럼 어두침침하고 길게만 느껴진다. 이듬해 봄은 어김없이 올 테고 필사의 탈출을 시도하지 않더라도 출구는 보이게 마련이지만 긴 기다림에 녹초가 된 심신은 회복을 위한 긴 몸조리 또한 필요로 한다. 그때 마침 등장하는 두릅은, 하여 제철 음식이기 이전에 한 해를 제대로 나기 위해서라도 아니 먹고는 도저히 못 배기는 자양강장제나 다름없다. 두릅을 씹으며 새롭게 전의를 다진다는 표현은 그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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