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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Apr 16. 2024

잘하고 있을까

   군인이 총과 실탄을 놔두고 전쟁터 나가듯 가위와 빗 일체를 택시에다 두고 내리는 바람에 자진 포기한 시험까지 합해 6수 만에 이발사 시험을 합격한 장 샘과 그 엄마를 따라 동종업계로 인생 진로를 바꾼 아들이 개업한 지 1년이 되었다. 해운대구 반송이라는 동네 중에서도 아랫반송에 점방을 차렸다. 반송이라는 동네를 깎새는 익히 안다. 이발사로 입문하기 몇 년 전 구청 일자리센터 기간제 직업상담사로 일하면서 윗반송 주민센터에 적을 둔 적이 있어 그 동네가 낯설지가 않아서이다. 부산에서 인구밀도가 높은 동네 중 하나가 반송이다. 윗반송보다 청장년층이 많은 편인 아랫반송은 따라서 상대적으로 활기차고 세련된 편이다. 장 샘 프로필 사진에 뜬 점방 전경이 깔끔하고 산뜻해서 젊은층 어필에 공을 들인 모양이더라. 구색은 제법 갖춘 셈이다. 허나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었던 개업을 강행한 게 과연 잘한 결정인지는 따지고 볼 일이다.   

   어떤 분야든 수습은 필수다. 연습과 실무는 전혀 다르니까. 선험자의 실무를 따라하며 내면화하는 수련 과정이자 장사치로서 점방을 요령껏 꾸리기 위한 상술을 체득해 나가는 굉장히 중요하고도 의미심장한 시기가 수습 기간인 셈이다. 수습 기간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꿰뚫은 깎새의 부친이 등 떠밀어 다른 커트점에서 1년 넘게, 자격증을 따고도 실무 학원을 전전하며 그 비슷한 기간을 들여 담금질하고 나서야 깍새는 지금의 점방을 차릴 수 있었다. 깎새 경험에 비춰 보건대 수습 기간이 길면 길수록 시행착오는 현저히 줄어 든다. 거기에 더해 예상치 못한 변수나 위기에 대응할 자생력도 그만큼 강해진다. 

   장 샘이 개업 의지를 비출 때 시기상조라고 만류했다. 수습 기간이 짧은 탓에 여러 면에서 채 여물지 못한 게 드러나서였다. 장 샘 아들 역시 이발사 시험 합격 후 실무 학원 서너 달 드나든 게 다였다. 하루라도 빨리 점방 차리겠다는 욕심이 앞서 중간 단계를 건너뛰고 서두른 게 분명했다. 학원에서 동문수학한 교분이 자별하여 깎새는 게거품을 물면서까지 수습 기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엄마와 아들이 함께 꾸리는 점방이니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결과가 신통치 않으면 감수해야 할 타격이 남보다 두 배나 크니까 말이다.

   아랫반송이란 입지가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입지만 좋다고 손님이 북적대는 건 아니다. 젊은층이 많다는 건 높은 구매욕에 비례해 빠른 이탈률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스타일 가꾸기에 가뜩이나 까칠한 젊은 손님을 만족시킬 역량이 떨어지는 점방엘 재방문할 까닭은 별로 없다. 개성 강한 젊은층한테 재고의 여지를 바라는 건 특히 난망하다. 만약 그런 위기 경영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반전시킬 것인가가 엄마와 아들이 꾸리는 점방을 관전하는 포인트다.

   1년이 지났다. 판도가 어떻게 변했을까. 한 번 찾아가 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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