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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May 20. 2024

풀잎에 맺힌 인생草露人生​

   늙어감, 죽음에 관한 깊고 다양하며 솔직한 이야기들을 담은 한겨레 논설위원 김은형의 [너도 늙는다] 칼럼을 빠짐없이 찾아 읽는다. 한 달에 한 번 연재되는 칼럼은 다 주옥같지만 <인생에서 가장 불행한 나이는 몇 살일까>라는 제하의 칼럼이 유독 인상적이다. 특히 노인의학 전문의 루이즈 애런슨이 쓴 <나이듦에 관하여>란 저서를 들먹이는 대목에선 근래 들어 그 병세가 갑자기 악화된 모친과 겹쳐지면서 마음이 더 뒤숭숭해진다. 


​   “(늙었다고 남들이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투명인간이 되는 순간 눈앞에는 무한한 자유의 세상이 펼쳐진다. 내게 이래라저래라 할 만한 인물들은 다 사라진 지 오래다. 부모님도 이미 돌아가셨다. 부모의 죽음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해방의 결정적 계기이기도 하다.” 이제 더 이상 나를 주목하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대한 객관적 인식, 스타나 벼락부자나 석학의 꿈을 버려야 할 시점이 왔다는 냉철한 감각이 불행의 구렁텅이에서 중년을 구원한다는 말이다.​


   필자는 중년에서 벗어나 노년을 향하면서 깨닫는 인생 무상, 냉철하면서도 겸허한 자기 인식이 삶을 재정비하게 만든다고도 덧붙인다. 칼럼 내용을 곡해하는지 모르겠지만, U자형 행복 곡선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시점이 부모의 죽음이라면 모친의 부재가 과연 해방의 결정적 계기로 작용할까? 병수발 드는 노고야 사라지겠지만 그것이 내 삶을 재정비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에. 풍수지탄을 지고 사는 초로인생이 자유로워봤자 얼마나 자유로울까.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96333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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