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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May 21. 2024

<트루먼 쇼> 영화를 다시 본 뒤

   사방팔방에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리얼이라는 미명 하에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볼 적마다 떠오르는 영화가 <트루먼 쇼>이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기다렸다는 듯이 벌어지는 의도치 않은 상황은 훔쳐보기의 은밀한 유혹을 만족시키려고 의도적으로 설정하고 연출하는 혐의가 짙다. 관찰을 당하는 조건으로 관종이기를 기꺼이 자처하는 자는 그 관음증적 미디어 세계를 부유하며 무엇을 탐닉하려는 걸까? 돈? 대중적 인기? 그 둘 다? 만약 그것들을 인생의 최종적 목적으로 상정하고 거머쥐려는 집념에서 비롯되었다면 그것이야말로 전도된 삶이 아닐 수 없다. 


​   프로그램의 설정을 넘어 실제 생활로 발전된 관계가 알려져 버린 출연자들의 미래는 트루먼이 세트장의 마지막 문을 열고 나간 후의 인생과 자연스레 오버랩되어집니다. 세트장 너머 트루먼의 이야기는 예측 가능함과 안락함을 넘어 힘들고 어려운 실제 삶의 고난이 더해질 것임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들어진 환경의 제한 속 주어진 삶의 종속을 태생적으로 거부하고픈 우리가 불확실한 동물원 밖의 자유를 원하는 영화 <혹성 탈출> 속 주인공 시저의 각성에 감동하는 것처럼, 동화 속 마지막 페이지의 클리셰인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다(Happily ever after)”는 결말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모든 트루먼들을 함께 응원하고 싶습니다.(송길영, <트루먼, TV를 뚫고 나오다>, 경향신문)


   주인공 이름인 트루먼 버뱅크Truman Burbank가 ‘텔레비전 세상 속의 유일한 참사람(true man + 방송국 본사가 밀집한 미국 캘리포니아의 버뱅크 시 이름 차용)’이란 복선이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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