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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Jun 05. 2024

스타워즈 시리즈

   이야기 행위는 여러 매체를 종합적으로 사용하는 제작과 소통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20세기 말엽 크게 달라진다. 영화, 텔레비전, 컴퓨터, 인터넷 통신망같이 영상을 만들고 전달하는 기술의 발달로 혁명적인 변화를 맞은 것이다. 전자 매체의 발달은, 화자와 청자가 한자리에서 마주 보던 구술 시대의 이야기 상황과 비슷한 상황을 다시 만들어 냈다. 게다가 이야기 행위의 장소가 시공의 제약이 거의 없는 가상공간cyberspace으로 넓어졌기에, 그 이야기 상황은 훨씬 다양하고 광대한 양상으로 조성되었다. 전자 매체는, 언어는 물론 몸짓, 빛, 색깔, 소리 등 시청각 매체를 복합적으로 사용하여 이야기를 서술·저장·전달할 수 있게 하였다. 그에 따라 현실을 닮되 실제 현실은 아닌 가상의 세계가 새로 형성되는 한편, 이야기가 대중화되어 문화 생활의 중심에 놓이고, 그 자체가 산업적 생산품(상품)이 되었다.

   (...)

   따라서 오늘날 스토리텔링이란 말은 전통적인 이야기 행위에서 나아가 매체를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문화(콘텐츠)산업 시대의 이야기 활동 전반, 즉 아이디어의 발상과 기획에서 창작, 제작 등을 거쳐 이야기물이 산출되기까지를 포함하며, 경우에 따라 이것의 사용 혹은 소비 과정까지를 광범위하게 가리킬 수 있다. (최시한, 『스토리텔링, 어떻게 할 것인가』, 문학과지성사, 2015, 66~67쪽에서)


​   그런 의미에서 조지 루카스는 스토리텔러로서는 당대 최고 고수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왜 한국에서만 유독 <스타워즈> 시리즈가 부진한 것일까. 다음은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가 한국에서 안 먹히는 까닭을 분석한 것이다. 

   유럽에서 건너와 넓은 북미 대륙을 차지한 지 500년도 채 안 된 백인들에게 그들만의 신화나 전설은 없었다. 눈부신 산업 성장으로 20세기에 세계 맹주 자리에 오르기는 했지만 문화적 전통은 몹시 빈곤했다. 결국 과거 대신 미래로 눈을 돌려 창과 말이 아닌 광선 총과 우주선으로 새로운 영웅 신화를 만들어 냈다. 미지의 우주를 향해 끊임없이 탐험에 나선다는 설정은 좁게는 서부 개척 시대부터 넓게는 제3세계를 향한 제국주의적 확장을 ‘진취성’으로 포장한 것이다.

   하지만 굳이 그런 것에 열광하지 않아도 오랜 역사를 지닌 한국은 온갖 설화나 전설 등 풍부한 고유 서사들이 있다. SF라는 장르 문법도 생소한 데다 배경이나 인물은 온통 낯선 가상 세계이니 작품 몰입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는 분석이다. 즉, 온전한 역사성에 기인하지 않은 스토리텔링을 남발하다 보니 세계관 수용하기에도 벅차 그로 인해 외면받기 십상이라는 게다. 스토리텔러 고수 조지 루카스의 모순이 아닐 수 없다.(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박상준의 과거창-유독 한국에서 흥행 부진했던 '스타워즈' 시리즈>, 한겨레, 2019.06.03 기사 참조)

   그간 유독 흥하지 못했던 한국에 새롭게 팬층을 확보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이정재를 캐스팅했는지 모르겠지만 스타워즈 실사 드라마 <에콜라이트>가 5일인 오늘 공개된다. 흥행 성적이 어떨지 두고 봐야겠다. 개인적으로 영화 시리즈보다는 드라마 시리즈 중 <만달로리안>을 재밌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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