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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Jun 19. 2024

아차 싶을 땐 늦었다

   장사를 하다 보면 똑같은 실수를 저지를 때가 있다. 멍청하게시리. 영혼이 육체에서 벗어난 유체 이탈인 양 머리 따로 말 따로 전개되면 도저히 손 쓸 수가 없다. 그러니 점방 문을 걸어 잠그고 집에 도착해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된다.

   월요일 마감을 서두르는 중이었다. 염색볼, 브러시 따위를 씻었고 탈수가 거의 끝나가는 세탁기에서 타월을 꺼내 넌 뒤 일일 장부를 정리하는 수순이었다. 토, 일요일 손님이 연달아 몰렸던 탓에 긴장 풀린 월요일에서야 몸살기가 스멀거렸다. 다행히 다음날은 쉬는 화요일. 얼른 귀가해 쌍화탕이라도 마신 뒤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겠다고 마음먹으니 더 조급해졌다.

   보통은 회전등 전원을 끄는 동시에 점방 문을 안에서 잠그고 마감을 하는 버릇인데 그날은 깜빡하고 안 잠궜나 보다. 스윽 손님이 들어왔다.  

   "머리 깎고 염색까지 할 겁니다."

   "미안합니다. 마감했습니다.."

   "아, 그래요? 그럼 내일 다시 올까요?"

   "내일 오시면 제가 잘해 드릴께요."

   "알겠습니다. 내일은 좀 일찍 오죠."

   "내일 꼭 뵙죠. 안녕히 가세요."

   손님이 자리를 뜨고 한 5초쯤 흘렀을까. 아차, 점방 문을 박차고 후다닥 밖으로 뛰쳐나갔지만 손님은 온데간데없었다.

   내일은 정기 휴무일입니다만.

   다음날 일찍 왔는데도 헛걸음했다는 사실에 진노한 손님이 퍼부어 댈 줄욕을 떠올리니 등골이 오싹해졌다.  

   "점방 가 볼까?"

   "그 손님이 언제 올 줄 알아서 기다릴 거나?"

   "사람 가지고 놀았다고 씩씩거리겠는데."

   "멍청하게 굴다 단골 손님 한 명 놓친 거지. 인연이 아닌가 보다 해야지 어쩌겠어."

   끌탕하던 차에 연차 휴가를 화요일에 낸 마누라한테 하소연을 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제법 매웠다.

   일전에도 판에 박은 듯이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었다. 작년 2월 무렵이었지 아마. 그때는 돌아갔던 손님이 다행히 다시 왔었다. 둘러대지 않고 죄송하다며 연신 조아렸다. 점잖은 손님이라 불문에 부쳤지만 손님이 점방을 나설 때까지 "죄송합니다"가 깎새 입에 달렸었다. 이번엔 글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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