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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Jun 24. 2024

죽성리왜성

   송정 바닷가를 지나 기장해안로를 따라 가다 보면 죽성항이 나온다. 그 죽성항에는 드라마 세트용으로 지은 성당이 유명한데 이름하야 '죽성드림성당'이다. 성당이긴 하나 미사는 보지 않고 그 이국적인 정취로 관광객들을 유인해 사진 배경으로 활용될 뿐이다. 

   죽성에 볼거리가 비단 '죽성드림성당'만 있는 건 아니다. 기장 죽성리왜성은 임진왜란 때 왜군 장수 구로다가 조선·명나라 연합군의 공격을 방어하고 남해안에 장기간 머물기 위해 쌓은 성이다. 돌로 쌓았으며 둘레는 약 960m, 성벽 높이는 약 4m이다. 왜성은 대개 강이나 바다에 가까운 구릉을 택하여 수송·통신 등에 자유롭고 선박의 출입이 편리한 장소에 성을 쌓는다. 이 성은 부산왜성과 형태가 비슷하며 일본에서는 기장성이라고도 불리어지고 있다. 또한 양산 서생포성과 울산 학성·부산성을 연결하는 요충지에 자리하고 있는데 현재 성곽이 남아 있지만 주위는 밭과 민가로 사용되고 있다.(위키백과 인용)

   예쁜 것만 찾는 사람들한테 죽성리왜성은 흥미가 별로 안 이는 볼품없는 눈요기일 게 뻔하다. 치욕의 상징물이라는 패배주의적 관점을 뒤집어 자손들에게 다시는 되풀이되어선 안 될 역사적 교훈이자 절체절명의 국난을 기어이 극복하고 남긴 전리품으로 여긴다면 예쁘고 귀여운 포토 스팟만큼이나 인생샷으로 그 값어치가 충분할 텐데도. 허나 왜성은 허허롭기 짝이 없는 반면 성당으로 향하는 진입로만 늘상 붐빌 따름이다.  

   소설 『도모유키』(조두진, 한겨레신문사, 2005)는 순천 왜성을 배경으로 한다. 정유재란 당시 11개월 동안 순천 인근 산성에 주둔한 일본 하급 지휘관 다나카 도모유키를 화자로 해서 일본군의 주둔과 퇴각, 조선 여인 명외와의 사랑을 리얼하게 그려낸 특이한 역사소설이다. 소설은 성 안 참상을 적나라하고도 냉철하게 그려내 전쟁 르뽀를 방불케 한다. 

   소설이 주는 여운을 더 극대화할 방법으로 왜성을 직접 찾는 건 무척 효과적이다. 비록 성곽뿐일지라도 도모유키가 되었다가 명외도 될 수 있으니까. 죽성드림성당이 결코 넘보지 못하는 진지한 상상력이 죽성리왜성만의 매력이다. 유원지와 유적지가 공존하지만, 식구들 원망을 들으면서까지 왜성을 찾는 까닭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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