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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Jul 04. 2024

완충지대

   타인과 맺은 관계를 죄다 겨루기 시합인 양 적대적 대결 구도로 볼 건 아니지만 친소 유무를 떠나 적정한 거리를 두는 건 꼭 필요하다. 마치 권투 시합 중에 잽을 날리듯 말이다.


   링이건 세상이건 안전한 공간은 단 한 군데도 없지. 그래서 잽이 중요한 거야. 툭툭, 잽을 날려 네가 밀어낸 공간만큼만 안전해지는 거지. 거기가 싸움의 시작이야. (김언수 소설 <잽>에서)


   잽을 날린 리치만큼 사이(그래서 인간人間이라고 하는지 모른다)가 생긴다. 그것은 일종의 완충지대다. 일정한 거리를 확보해야 상대방을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고 냉철하게 자신을 다잡을 수 있다. 그러면 나중에 개싸움이 일어나도 승산을 꾀할 수가 있고 내남없이 어울려도 지켜야 할 선만은 고수하는 놀라운 자제력을 발휘할 수가 있다. 

   완충지대처럼 사이를 둔다는 것. 살짝 재수없어 보이긴 하지만 나름 효용도 있다. 뭐든 넘치면 모자람만 못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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