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만 인터뷰를 읽고

by 김대일

키가 더 컸으면 좋았을 김병만과 이수근 중에 누가 더 개그맨스럽냐고 물으면 단연 이수근이라고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릴 나다. 기발하고 재치 만점인 이수근에 비해 김병만은 웃기는 사람이기보다 재주가 많은 사람으로 내 눈엔 비친다. 출세작이라 할 <개그콘서트> '달인' 코너가 그의 재인적 끼가 극대화된 무대였다면 그 뒤로 <정글의 법칙>이라는 서바이벌 예능에서 보여준 생존 투쟁기는 어디에 내던져진다 해도 다른 사람은 모르겠고 김병만만은 절대 굶어 죽거나 객사하지 않을 거란 확신을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니 그를 개그맨으로 받아들이기가 더 쉽지 않다. 한 종편 인기 프로그램에서 소개하는 이른바 '자연인'이라면 몰라도.

지난 5월 정글의 법칙 국내편 종영 후 휴식기를 가진 그를 인터뷰한 기사가 경향신문에 실렸다.(<박주연의 색다른 인터뷰-개그맨 김병만>, 경향신문, 2021.08.18.) 인터뷰 지면이 나오자 스윽 훑고 무심하게 다음 지면으로 넘어가려 했다. 지면 하나를 다 할애할 만큼 김병만 주변에 비중 있는 이슈가 생겼다는 소릴 들어본 적이 없을 뿐더러(김병만을 무시해서가 아니다) 기사 내용이 만약 유명 엔터테이너의 시시콜콜한 신변잡기를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면 읽은 내가 너무 한심할 것 같아서.(달라붙을 만하니까 선임기자씩이나 되는 인터뷰어가 나선 게 아니냐고 왜 미처 생각을 못했을까) 그런데 고글을 쓰고 샌딩기로 목재를 마감처리하는 김병만을 찍은 사진과 그 사진을 설명하는 구절 중에 트리하우스(나무 위에 지은 집)니 호빗하우스(영화 <반지의 제왕> 중 호빗의 집 형태)라는 생소한 용어를 발견한 순간, 그에게 뭔가 특별한 게 있음을 직감했다.

아닌 게 아니라 인터뷰는 김병만이라는 사람의 포기할 줄 모르는 끊임없는 도전에 관한 서사시에 다름없었다. 방송사 공채 개그맨 시험을 7전8기만에 합격한 건 그의 도전사의 서막일 뿐이었다. 스무 개가 넘는 자격증(비행 관련해서 계기비행, 무선통신사, 자가용비행, 단발 사업용 비행 다섯 개. 스카이다이빙 A, B, C 면허, 탠덤교관 자격증, 스쿠버다이빙 단계별 인정증, 대형 면허부터 바이크 면허, 굴삭기, 지게차, 배관기능사 자격증, 피겨 초급 자격증…)을 보유한 것도 대단한데 그것들을 오롯이 자기 호주머니를 털어 취득했다는 점이 내겐 대단히 신선했고 인상적이었다. 화룡점정은 그 모든 것들이 언젠가는 방송용으로 사용할 그만의 이야기보따리, 재능을 모아두기 위한 준비라고 밝힌 거다. 오랜만에 프로다운 프로를 본 것 같아 경이로웠다. 더군다나 트리하우스, 호빗하우스를 직접 지어 작은 마을을 일구고 역병이 종식되면 몽골에서 카자흐스탄으로 이어지는 실크로드를 바이크로 질주하겠다는 포부를 달성하기 위해 앤듀로바이크(산악용 바이크)를 2년째 배우고 있다는 대목에서는 진심어린 성원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자면, 실내 스튜디오 원탁에 둘러앉아 입만 터는 걸로 방송 분량을 채우는 TV 예능 프로그램에는 일없다. 직접 겪어 보지도 않았으면서 보고 들은 것만으로 밑두리콧두리 캐는 짓은 왠지 무책임하고 불성실하게 보이기까지 해서다. 기획 의도 자체가 그러하든 어떻든 요행히 시청율 잘 나오는 인기 프로그램이 됐든 말든 앉아서 모든 걸 말로 요리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시청자를 무시하는 처사가 아니냐고 괜히 혼자 열을 낸다. 그런 의미에서 김병만이 설사 찰리 채플린 같은 대大희극배우에는 못 미친다 하더라도 김병만만의 도전정신과 실험정신이 잔뜩 배어 있는 생생한 프로그램만을 고집했다는 점만으로도 이 시대 그 어떤 개그맨, 예능인보다 환영받을 만한 존재라고 확신한다. 이 시대 진정한 프로페셔널의 다음을 기대한다.


사족- <개그콘서트> 군기반장으로 악명 높았다는 소문은 옥의 티다. 때린 사람은 다 잊었을지 몰라도 맞은 사람은 절대 아물지 않는 상처를 안고 사니까. 뜬소문이길 바라지만 아니라면 회개하길. 완벽하기를 바라지 않듯 뻔뻔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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