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감별법

by 김대일

액면으로는 환갑 진갑 다 지난 듯 보이는 (남성)신입 학원생. 쭈뻣거리기 십상인 여느 신참들과는 달리 활달하고 먼저 다가가 친밀감을 표하는 붙임성이 보기에도 좋다. 얼추 막내동생뻘쯤 되는 학원생들이 태반인데도 어떡하든 무리 속으로 연착륙하겠다는 노력이 가상하다. 하지만,

나이를 묻고 다니는 건 좀 거슬린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올해 몇이우?' 묻는데 실상 의미가 별로 없다. '-이우'라는 종결어미에서 눈치챘겠지만 거의 다 손아랫사람인데 나이를 물어 무얼 확인하고 싶은 건지 되레 묻고 싶다.

이용사 실기시험을 치르자면 필기시험부터 통과해야 한다. 역병이 돌면서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 뒤로는 국가 자격증 필기시험은 CBT시험(컴퓨터 기반 시험)이 일반화됐다. 공고된 시험 기간 안에 본인이 원하는 일시와 장소를 정한다. 시험 당일 시험장 본인 좌석에 앉으면 설치된 컴퓨터 모니터에서 문제가 출제되고 마우스로 답을 체크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당락을 확인할 수 있다. 연배가 어슷비슷해 뵈는 (여성)신입 학원생이 필기시험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던가 보다. 본인도 아직 필기시험 전임에도 확신에 찬 시험 요강을 술술 풀어냈다. 근데 그 훈수란 게 들을수록 가관이라 나도 모르게 참견을 하고 말았다.

CBT시험 설명까지는 그럭저럭 무난했는데 시험장소가 딱 한 군데뿐이라서 시험 일정이 나오자마자 후딱 지원하지 못해 정원이 꽉 차면 시험을 못 치를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고 힘을 주어 말하는 데는 기가 찼다. '말씀 도중에 죄송하지만' 끼어들어 일단 시험 기간이 길고 장소 또한 여러 군데 분산되어 있어서 당사자가 원하는 일자, 장소에서 여유롭게 시험을 칠 수 있으니 염려 붙들어 매시라고 오지랖을 떨었다. 허락도 없이 자기 영역을 침범한 불청객인 양 불쾌하게 꼬나보더니 "아닐걸"을 연발하더니 스마트폰을 꺼내 확인하는 눈치였다. 그러더니 시험장소가 여기, 저기, 거기라며 스리슬쩍 물타기를 시도하는 것이 아닌가. 직전에 내뱉은 오류에 대해선 일언반구 해명도 없이 말이다. 살짝 기분이 상했다. 공치사를 들을 생각까진 아니었지만 시험을 앞둔 수험생에게 유익할 정보를 건넨 것에 대한 반응치곤 너무 맹랑했기 때문이겠다. 그보다는 오류를 고쳐 줬음에도 불구하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얼버무리는 능청이 너무 고까웠다.

꼰대를 감별하는 방법이 있길래 유심히 쳐다봤다.(고재열, <꼰대 감별법>, 경향신문, 2021.08.19.)

1. 그 판에서 누가 주연인지 모르겠으면 당신이 바로 꼰대다. 주연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당신이 주연 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2. 족보를 찢어라.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은 그냥 모르는 사람이다.

3. 알아봐주길 바라지 마라. 명함으로 자신을 설명하지 말고 행동으로 증명하라.

4. 선의를 버려라. 모르는 사람의 인생을 동의 없이 걱정해 주지 마라. 그 사람 인생이다.

5. 허락받고 가르쳐라. 배울 나이가 지난 사람에게는.

6. 함부로 아이스 브레이킹 시도하지 마라. 잘못 얼음을 깨면 물에 빠진다.

7. 성희롱을 농담이라고 착각하지 마라. 나를 웃기려고 하는 농담을 남에게 하지 마라. 가는 말을 잘 골라야 오는 말에 골로 가지 않는다.

8. 생각을 바꾸지 말고 행동을 바꿔라. 누군가 내 대신 손발을 움직여주길 원하는 마음이 바로 꼰대다.

9. 상상 속의 비서를 해고하라. 이 세상에 당신의 비서는 없다. 당신이 직접 해야 한다.

10. 숟가락, 젓가락만 잘 챙겨도 중간은 간다. 식탁에 앉으면 숟가락, 젓가락부터 찾아라. 남들 것도 놓아주고.

나이를 물었던 신입생이 꼰대인지 갖다 대봤다. 더 말 안할란다. 이런 짓을 하는 나도 별반 다를 게 없겠다. 누가 누굴 감별해.

작가의 이전글김병만 인터뷰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