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점잖아 보이는 외양을 지닌 한 단골은 근 6주에 한 번꼴로 커트와 염색을 병행한다. 깎새는 그가 출현하면 꼭 필요한 용건만 주고받은 뒤 즉시 말문을 닫아 버린다. 변화무쌍하면서 좌충우돌하는 그의 말본새에 장단을 맞춰 줄 자신이 없어서다. 특히 타임루프 영화라도 찍는 듯 똑같은 화젯거리를 앵무새마냥 되뇌다 보면 무슨 의도로 사람을 이리 시험에 들게 하는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다. 이를테면,
"화요일은 어째 헛걸음할 것 같아서 오늘(목요일) 왔네 그려. 이발소는 보통 언제 쉽니까?"
"요일을 정해 놓고 일괄적으로 쉬는 게 아니라서 잘 모르겠습니다."
"미장원은 언제 쉬죠?"
"나야 모르죠."
"동네 미장원은 일요일에 문 닫은 데가 많던데."
"···"
"이발소도 일요일에 많이 쉬지 않을까요?"
"···"
"언제 쉽니까?"
"화요일 쉽니다."
"이발소들은 대개 화요일 쉬긴 하더라."
"종교에 독실한 원장은 일요일에 쉬기도 해서 화요일 아니면 안 된다고도 볼 수 없지요."
"그럼 주인장은 일요일에도 문을 여네요?"
"예."
"남들 쉴 때 일하면 매상 올리고 좋지 뭐."
"···"
"그럴 바에야 화요일도 문 열어요. 손님 왕창 끌어모으게."
"(어처구니없어하는 눈빛을 보내고는) 그럼 나는 언제 쉽니까?"
"···"
경상도 사투리 '씨상이'는 실없는 사람인 '실없쟁이'를 뜻한다. 씨상이와 말을 많이 섞다 보면 어떤 변화를 감지한다. 몸에서 진이 스윽 빠져나가는 기분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