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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김대일
Sep 08. 2024
시 읽는 일요일(169)
사랑에 빠진 남자
다니카와 슈운타로
연인이 얄궂게 웃는 얼굴의 뜻을 읽어낼 수 없어서
그는 연애론을 읽는다
펼쳐 든 페이지 위의 사랑은
향내도 감촉도 없지만
의미들로 넘쳐난다
그는 책을 덮고 한숨 짓는다
그러고 나서 유도 연습하러 나간다
"상대의 움직임을 읽어!"
코치의 질타가 날아든다
그날 밤 연인에게 키스를 거절당한 그는 생각한다
이 세상은 읽어야 하는 것 투성이야
사람의 마음 읽기에 비해
책 읽기 따위는 누워 떡먹기다
그러나 언어가 아닌 것을 읽어내기 때문에 비로소
사람은 언어를 읽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던가
그는 다시 연애론을 펼쳐 든다
한숨 쉬면서
콘돔을 책갈피 대신 삼아
(키스를 거절당한 이유를 굳이 말로 표현해야 알겠는가. 그러니 언어가 아닌 것을 읽어내기 때문에 비로소 사람은 언어를 읽어낼 수 있다는 깨달음에 박수를 보낸다. 콘돔을 책갈피 삼겠다는 유머에 폭소가 쏟아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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