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시간이 멈춘 듯한 적막감에 휩싸인 인도 저쪽에서 이쪽으로 환자복을 입은 늙은 여자가 지팡이를 짚고 느릿느릿 걸어오고 있었다. 아침 산책이 익숙한 듯, 혹은 여기가 자기가 사는 동네인 듯 그녀를 추월해 가려는 늙수그레한 행인한테 아는 척을 했다. 한산하기 짝이 없는 아침이 배경임에도 친숙한 풍경화처럼 무척 자연스러웠다. 인상적이기까지.
그녀는 지팡이를 천천히 짚으면서 자기가 밟고 가는 지면을 또한 천천히 관찰했다. 무료한 거리를 일거에 전복시킬 기발한 무언가를 찾겠다는 일념일지 모른다. 그러다가 인도 군데군데 아이 무릎 높이만큼 객쩍게 자란 잡초를 발견하자 그길로 가던 길 멈추고 잡초가 난 땅 주변을 지팡이로 쑤시기 시작했다. 아마 잡초를 수월하게 뽑으려는 사전 정지 작업인 모양인데 그 요령이 자못 노련했다. 조상 대대로 농사꾼 집안에서 태어난 그녀는 김매기가 끝나야 그해 농사가 다 지은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농사꾼 유전자가 발동한 나머지 인도에 난 잡초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으리라고 제멋대로 상상을 해본다. 악력이 세지 않은 탓에 잡초는 거세게 저항했고 그런 잡초를 기를 쓰고 뽑으려는 전의가 작물 생육을 방해해 수확에 지장을 초래할 잡초와 한판 쟁투를 벌이는 농사꾼을 방불케 하니 상상만으로 대충 넘길 계제가 아니다.
근근이 잡초 뿌리까지 캐고 나면 가던 길 마저 가겠거니 싶었는데 그녀는 뽑은 잡초 주변을 집요하게 뒤졌다. 또 다른 유해 식물을 근절하려고 혈안이 된 게 틀림없다. 지루한 병실 생활보다 훨씬 건설적인 치유책이라도 되는 양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