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점 맞은편 감자탕 가게는 그 건물주한테 월세는 꼬박꼬박 주면서도 장사를 안 한 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커트점에 머리 깎으러 가끔 들르는 감자탕 가게 건물주는 월세가 안 밀리니 나가라는 말은 못하겠지만 공실 아닌 공실로 멀쩡한 건물 이미지만 나빠지게 한다고 속상해한다. 속사정까지 알 리 없으나 감자탕 가게 원주인은 아마 장사는 다른 사람한테 맡기고 이익은 나눠 가지는 일종의 전전세를 뒀나 보던데 몇 달 못 가 다들 관두기 일쑤였다. 그걸 아는 이유가 커트점에서 바로 맞은편 감자탕 가게가 그 실내까지 싹 다 보여서 처음에는 중년 여자가 다음은 젊은 남자가 사기충천해 바짝 장사를 하다가도 두어 달만 지나면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걸 목격했기 때문이리라.
감자탕 가게 건물주가 엊그제 머리 깎으러 왔었다. 그 전주 어느날인가 낯선 여자 넷이서 감자탕 가게 문을 따고 들어가 한참을 들여다보고 가는 장면을 포착했으므로 건물주한테 물었다. 건물주 왈, 감자탕 가게 주인이 가게를 내놓아서 가게 보러 들른 사람들일 거라고 했다. 그럼 곧 한시름 덜겠다며 알랑거렸더니 권리금을 만만찮게 요구하는 바람에 들어올 사람이 별로 없다며 시무룩해졌다. 버는 거 없이 따박따박 낸 월세를 권리금으로 만회할 모양이지만 장사 안 하는 가게를 매물로 내놓고 요구하기에는 터무니없는 권리금인지라 요즘 같은 불황엔 어림없다. 매물 맡은 부동산 관계자가 경기만큼 계절 영향도 받아 겨울이 다가올수록 권리금이 점점 떨어질테니 두고보자는 귀띔은 그나마 위안거리지만 계약 만기인 내년 3월까지 변화가 없으면 만기가 되자마자 얄짤없이 방을 빼버리겠다고 단단히 벼르는 건물주. 벙어리 냉가슴 앓듯 답답했던 심사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는 역시 갓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