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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Sep 19. 2024

커피값은 안 아깝고 이발비는 아깝더냐

   어떤 손님이 제 입으로 이 동네 안 다녀본 커트점이 없댔는데 한 곳을 정해 진득하게 단골 행세를 못하는 이유가 단작스러웠다. 요 앞 사거리 커트점은 처음에 4천 원 받던 요금을 두세 달 만에 7천 원으로 올려 괘씸했고 새마을금고 맞은편 직원이 둘인 커트점은 5천 원인 요금도 저렴하기도 하거니와 기술까지 출중해 제법 말뚝을 박을 만했음에도 한번은 조수라는 작자가 자기 스타일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려 보골이 난데다 마침 그 무렵 요금까지 1천 원을 올리는 바람에 두말없이 발길을 끊었다는 후일담은 비록 몇 달에 걸쳐 꾸준하게 찾아줘 고맙기는 하나 수틀리면 미련없이 또 떠날 뜨내기임을 자인하는 꼴이니 깎새로서는 마뜩잖은 손님임에 분명하다. 

   깎새 점방을 찾는 손님들을 살펴보건대 5천 원 하던 요금에 고작 1천 원 더 얹는 게 폭리나 다름없으니 인상 폭거를 당장 멈추라며 발길을 뚝 끊을 손님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손님 한 사람 한 사람 머리를 꼼꼼하게 매만져 주는 깎새 스타일을 감안하면 적정한 요금 인상에 당위성은 확보하고 남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장사치 입맛대로 돌아가는 장사란 없다는 이치를 일찌감치 간파한 깎새로서는 눈앞에 보이는 작은 이익을 탐하다 쪽박을 찬다는 소탐대실이야말로 지속가능한 점방 미래를 위협하는 리스크라는 점에 주목한다. 불특정다수 손님과 맺은 기존 계약(요금)을 피치 못할 변수(상투적으로 들이미는 게 물가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를 내세워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짓이 상도에 맞는지부터 검토하자는 따위 거대담론까지 갈 필요도 없다. 아이스아메리카노는 입에 달고 살면서도 커피값도 안 되는 그깟 1천 원에 없던 괘씸죄를 걸어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밴댕이 소갈머리 같은 샤이손님들이 수면 위로 부상할 것을 두려워하니 요금 얘기만 나오면 더욱 조심스러운 깎새다. 

   영업비밀이긴 한데, 물가 상승 운운하며 요금 인상을 꾀하는 건 도둑놈 심보나 다름없다. 최소한 이발 요금과 물가 상승은 상관성이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육체적 노동 이외에 더 들어갈 원가가 없는 이발을 두고 원가 부담 운운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만약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뤄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을 못할 지경이라 새로 일꾼을 쓴다거나 건물주가 가겟세를 기습적으로 올리면 그걸 벌충하기 위해서 요금을 올릴 여지는 있다. 하지만 임대차 연장하면서 월세 얘기는 단 한 마디 안 나온데다 아직까지는 혼자서도 충분히 손님들을 감당할 수 있으니 인건비 걱정할 계제가 아닌 깎새다. 하여 가끔 5천 원 받아서 언제 목돈 만져보겠냐면서 요금 올리라고 부추기는 손님 오지랖에 그저 "두고 봅시다'라고만 얼버무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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