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커 주는구나

by 김대일

2년 전엔 엄마도 함께 왔었는데 그날은 아이를 데리고 아빠만 왔다. 그럼에도 기억이 금세 또렷해진 까닭은 아이아빠 몸에 두른 문신이 2년 전처럼 압도적이어서겠다. 2년 전엔 3학년이던 아이는 5학년이 돼 덩치는 다소 커졌지만 아빠한테 조신하게 대하는 품이랄지 투블럭으로 주문하는 것도 여전했다. 아이를 이발의자에 앉힌 뒤 아빠가 밖으로 나가 담배를 태우는 장면까진 영락없었지만 곁에서 같이 연기를 피워 대던 엄마가 부재한 탓에 데칼코마니 완성은 안 돼 아쉽달까.

초등생을 둔 부모치고는 아주 젊어 뵈는 남녀가 2년 전 아이 머리를 투블럭으로 해달라고 주문한 뒤 밖으로 나갔다. 커트보를 두른 뒤 깎새는 점방 문을 열고 그들을 찾았다. 점방을 끼고 도는 골목 구석에서 담배를 태우는 남자와 그 옆에서 손가락 검지와 중지 사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여자도 목격했다.

"속머리는 6밀리로 깎을까요, 3밀리로 깎을까요?"

"6밀리로 해 주세요."

깍짓동만한 남자는 전신에 문신을 그려 넣었고 고목나무에 붙은 매미처럼 왜소한 여자의 그것도 남자 못지않았다. 본격적으로 깎기 전에 깎새가 아이에게 넌지시 물었다.

"밖에 계신 분들 엄마 아빠니?'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아이. 잠시 뒤 남녀가 들어오자 대기석에 앉아 있던 다른 손님 두 명이 남자 덩치에 압도된 듯 조용해졌다.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는 여자와는 달리 아이 머리 깎는 장면을 눈에 힘을 잔뜩 주고 응시하는 남자를 앞거울로 흘낏흘낏 살피던 깎새도 까닭 없이 식은땀을 흘렸다. 요즈음엔 개성 표현의 한 수단으로써 남녀노소 안 가린다는 문신이지만 점방 안 남녀의 그것은 워낙 강렬하고 전방위적인데다 어린애답지 않게 얌전한, 얌전하다기보다는 꼭 주눅이 든 표정으로 옹송그린 아이까지 겹치자 이들 가족을 이색적이라고 해야 할지 개성적이라고 해야 할지 깎새는 정의내리지 못한 채 혼자서 안절부절못했더랬다.

작업을 모두 끝내고 커트보를 거두자, 아이가 달려나가더니 엄마 품으로 폭 안겼다. 여자는 '이쁘네'를 연발하며 흐뭇해했고 남자는 무심하게 요금을 지불했다. 그러고 그들은 점방 문을 나섰다. 가족의 뒷모습을 보면서 깎새는 최종적으로 '일상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 '일상적' 아이가 2년 전 엄마 품에 폭 안기듯 그날은 아빠 곁으로 다가가 아빠 허리에 손을 감았다. 그 모습이 어찌나 다정다감한지 감탄하는 깎새.

"잘 커 주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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