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손앓이 또 도지다

by 김대일

점방 근처 피부과 대신 피부과도 진료를 보는 비뇨기과에서 진찰 받고 났더니 어디가 아프냐고 마누라가 허겁지겁 연락이 왔다. 마누라 카드로 결제를 했더니 그쪽으로 알림이 떴는데 비뇨기과로 매출 승인이 나 깜짝 놀랐던 모양이다. 밤일도 시원찮은데 뭘 그리 놀라나? 손가락 염증 때문에 들렀다고 하니 저으기 안심이 된 듯 목소리 얌전해진 마누라.

그러거나 말거나 생손앓이가 또 도졌던 게다. 이번에는 오른손 엄지손가락이었다. 사나흘 전부터 손톱 주변 살갗이 욱신거리는 게 곧 곪으려는 낌새였다. 곪으면 무지 아프다. 살짝 스치기만 해도 통증으로 몸서리가 쳐지는데 기구를 잡으면 힘이 잔뜩 들어가는 엄지손가락이라 일하는 데 애로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항생제 연고로 떡칠을 했건만 나을 기미가 안 보여 수요일 아침 망설일 것도 없이 병원으로 향했다.

2년 전 오른손 중지가 곪을 대로 곪았는데도 치료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식겁한 기억이 생생하다. 빨리 간다고 갔는데도 접수하고 1시간 가까이 대기하다 진이 다 빠졌던 점방 근처 피부과 때문에 식겁에 식겁을 거듭한 기억은 더 생생하고. 하여 이번에는 진료과목 밑에 비뇨기과와 피부과가 함께 적힌 간판을 내건 병원으로 직행하는 꾀를 냈다. 남자 거시기도 어차피 살가죽으로 둘러쌓였으니 그짝 피부나 이짝 피부나 그게 그거면 굳이 피부과만 고집할 필요가 없고, 아무리 거시기 잔고장이 거슬린다손 피부과처럼 아침 댓바람부터 줄 서서 대기할 환자가 별로 많지 않을 거라는 예측은 다행히 적중했다. 일착으로 접수한 뒤 바로 진료를 봤으니까.

거시기 전문인데 피부에도 정통한 의사였다. 깎새가 내민 손가락을 건성건성 보는가 싶더니 의외로 명쾌하게 원인을 찾고 처방을 내려줬다. 손톱과 피부 사이 각질층을 큐티클cuticle이라고 하는가 본데 이게 손톱을 보호하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돕는 역할을 한단다. 게다가 큐티클은 손톱 뿌리를 덮고 있어서 외부 자극으로부터 손톱을 보호하고, 균이 침투하는 것을 막아준다나. 그런데 깎새 왼쪽 손가락에 하얀색으로 선명하게 드러나는 큐티클이 오른손에는 희미하게 흔적만 보이거나 중지, 엄지는 숫제 눈 씻고 봐도 없는 걸 명의가 콕 찍어 주고서야 알겠더라. 이발하고 염색하는 사람들 직업병이란다. 아무리 손장갑을 낀다고 해도 일회용이 아니면 그 속에 숨어 있는 세균을 막을 도리가 없다나.

항생제 주사와 약 처방 외 의사 곁다리 처방은 당연하면서도 들으나마나였다. 손가락이 안 곪으려면 직업을 바꾸든가 염색할 때 쓰는 장갑을 일회용으로 바꾸든가. 직업 바꾸는 것보다는 염색할 적마다 일회용 장갑을 쓰고 버리는 게 수월하겠지만 의사가 대신 내줄 게 아니니 그 비용을 어찌 감당하누. 차라리 명의를 발견했으니 낌새가 보이면 그길로 그에게 달려가 처방을 여쭙는 게 더 싸게 칠 게다. 혹시 아는가. 얼굴 익어지면 밋밋한 일상에 화끈한 파문을 일으킬 신묘한 비뇨기과적 방법을 전수받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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