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인 동요

by 김대일

점방 건물 화변기에 쪼그리고 앉아 큰일을 볼 때 깎새는 심리적인 동요가 가장 심하게 일어난다. 물 내리는 밸브가 천장에 달린 물탱크와 연결된 배관 중간, 즉 쪼그린 자세에서 눈을 들면 바로 보이는 벽 쪽에 달려 있는데 문제는 오래되다 보니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밸브 뭉치쪽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그 간격이 5~6초 가량 된다. 뱃속에서 두세 덩어리를 기어이 들어내야 일진이 편해지는 고약한 루틴 탓에 출근하자마자 일단 습관적으로 들러서 바지부터 내리고 본다. 그 해우解憂의 순간에 즈음하야 사람은 몹시 예민해진다. 헌데, 전신의 힘을 복근과 괄약근에 집중하고 있는 와중에 물방울이 툭!하고 떨어지면, 물방울이 지면에 부딪혀 그 파편이 사타구니 주변을 기분 나쁘게 타격하면 나오려던 똥 덩어리가 쑤욱 들어가 버린다. 그때 그 기분이란 경험하지 않으면 못 느끼는 불쾌함의 최절정이다. 요래조래 밸브 뭉치도 만져보고 떨어지는 지면에다 휴지를 깔아 물방울이 안 튀게도 해 보지만 5~6초 간격으로 물방울이 떨어지는 그 양상 자체가 사람을 심란하게 만들어 버린다. 초집중해야 할 화장실에서 결코 벌어져서는 안 되는 돌발성!

밸브 뭉치에서 물방울이 맺혀 떨어진 지는 좀 됐다. 서서 누는 남자화장실 관리는 깎새가 맡고 화변기는 타코야끼네가 맡는데 슬쩍 의향을 떠볼 참이다. 그런데 뭐라고 운을 떼야 하나?

- 아침마다 큰일을 봐야 하는데 물방울 때문에 집중이 안되네요.

이상한데 지저분하기까지 한 놈이라고 손가락질이나 안 당하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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