뜀박질

by 김대일

2주 전부터 러닝머신 위에서 뛰기 시작했다. 걷다가 뛰다가 걷다가를 반복하는 식이지만 통상 1.5km 거리는 뜀박질로만 할애한다. 처음엔 숨이 턱까지 차 헉헉거렸지만 자꾸 뛰니까 참을 만해졌다.

마누라가 동어반복처럼 쏘아붙이는 잔소리 중 하나가 헬스장을 거의 매일 가는데도 왜 아랫배가 안 꺼지냐는 거다. 마누라 잔소리를 귓등으로 흘려듣는 데 이골이 난 지 오래지만 이번만은 좀 다르다. 깎새 본인도 요지부동인 아랫배를 심각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1시간 내내 5km 넘게 걷는데도 몸무게는 미동이 없고 아랫배만 더 불룩해지다 못해 축 처져 버리니 볼수록 답답한 노릇이었다. 옷태 안 나는 거야 하루이틀 문제가 아니지만 감당 안 되는 아랫배가 나이 먹을수록 약해지는 면역력의 원흉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한 TV프로그램에서 뜀박질에 거의 미친 의사(여)가 그 뜀박질의 효능을 설명하는 장면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다른 건 다 제쳐두고 '이왕 뛸 거면 숨이 찰 정도로 힘들어야 효과가 있다'고 언급한 대목만 유독 귀에 콕 박혔다. 다른 사람도 아닌 의사가 인지도 꽤 높은 유명 토크쇼에 나와 강조할 정도면 말 다 한 셈이니 무작정 따라하기로 했고 다행히 아직까지는 몸에 큰 이상은 없다. 무릎도 견딜 만하고 걸을 때보다 땀도 훨씬 많이 배출된다. 1km를 뛰다가 숨이 차면 걷고 어느 정도 진정이 되면 나머지 500m를 뛰다 보니 연속성을 담보하지 못해 완전한 효능을 거둘 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하여 당면한 목표는 쉬지 않고 1.5km 뜀박질하는 게다. 그게 익숙해지면 2km, 3km, 4km, 올 연말까지 5km를 걷는 대신 뛰는 걸로 꽉 채웠으면 한다. 하여 지금보다 아랫배가 훨씬 홀쭉해져 마누라 잔소리 중 하나를 삭제시키는 쾌거를 누리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사족 달자면, 신나게 러닝 머신을 탄 뒤 몸무게를 재면 1.5kg, 운 좋으면 2kg까지 빠지는 수치가 나온다. 그런 식이면 매일 1.5~2kg씩 빠져야 정상인데 매번 똑같은 수치다. 허기를 못 이겨 저녁밥을 원껏 먹고 나서 헬스장을 가기 때문이다. 원인을 알았으면 개선하면 될 터이지만 쉽지 않아 답답하다. 배고픈 걸 못 참으니 그것이 문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족 하나 더. 인간의 신체 구조는 달리는 데 최적화되었다는 소릴 얼핏 들었다. 아마 MBC라디오 <뉴스 하이킥> 앞차기 패널 중 한 명이 언급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걸 받아 앵커인 권순표 국장이 명토를 박더라. 인간하고 말하고 달리기하면 인간이 이긴다나. 말이 먼저 박차고 나가도 5시간 넘게 뛸 수는 없지만 인간이란 종은 끝까지 뛰어서 잡아 버린다고. 공영방송에 나와 떠드는 말의 무게는 무거운 법이다. 토크쇼에 나온 의사 전문가의 말과 신빙성에서 별 차이가 없다면 역시 허투루 들을 수 없다.

뛰어야 사는 종이라면 뛰는 수밖에 없다. 어쩌면 그동안 뛰질 않아서 무기력하고 나약해졌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뛰어야 겨우 명맥이라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너무 늦진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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