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218)

by 김대일

광야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시인의 딸인 이옥비 여사가 낭송하는 <광야>를 들어보라(동영상 16분 12초부터). 마치 시인 본인이 시를 읊는 기분이 드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https://www.youtube.com/watch?v=_H9VCl8xJt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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