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11시 전엔 잠자리에 들어 다음날 새벽 4시 40분이면 어김없이 일어나는 일상이 이어진다. 오전 7시 정각에 점방 문을 열기까지 꽤 시간이 남는데도 그 시각에 깨는 건 일찍 가서 해야 할 일이 줄지어 있는 까닭이겠다. 화장실 가기, 맨손체조 하기, 수건 개기, 정리정돈 하기, PC 모니터를 보며 다음날 게시글 구상하기 따위.
잠 잘 자는 게 복이라고 한다면 베개에 머리만 갖다 대면 이내 잠들어 버리는 깎새라서 복에 겨워 덩실덩실 춤이라도 춰야 마땅하다. 한때 깊은 잠을 못 들어 전전반측하던 밤이 흔했으나 점방을 연 뒤부터는 누가 업어 가도 모르게 숙면을 취하게 된 건 매상을 떠나 건강상 이문이 남는 장사긴 하다. 허나 제때 자고 제때 일어난들 개운한 감이 전혀 안 드는 건 세월에 마모되는 몸뚱아리를 탓해야 할까 몇 푼 벌겠다고 아득바득거리는 장삿꾼 업보 탓일까. 요는 규칙적이라고 해서 꼭 단잠은 아니라는 게 문제다.
잠이 덜 깬 기분은 꼭 볼일 보고 뒤 안 닦은 듯이 찝찝하게 출근길을 지배하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손님 뜸해 점방이 잠잠해지면 여지없이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대낮엔 엔간해선 졸지 않겠다는 평소 계율은 애저녁에 깨졌다. 졸음을 쫓으려고 동영상을 본다거나 책을 펴 한 단락쯤 읽었으려나 스르르 고개가 떨구어지더니 까무룩 선잠이 드는 꼴에 스스로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니까. 조는 건 인생을 낭비하는 태만이라며 꾸짖는 측과 단 몇 분일망정 기분 전환 삼아 쪽잠을 청하겠다며 우기는 측의 치열한 쟁투는 지구전 양상을 띤 지 오래다. 건전한 노동이 육체를 조종하는 바는 반길 만하지만 그렇다고 조는지 마는지 몽롱한 정신머리까지 원한 건 아니었다.
누구에게나 잠은 애증의 대상이다. 일정한 수면이 사람을 활성화시키기는 하지만 하루의 삼분지 일을 잠으로 날리는 게 백 년도 채 안 되는 인간 수명에 비추어 과연 합리적인가 하면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뭔가 그럴싸한 이유나 명분이 있어서라기보다 그냥 자는 시간이 아까워서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곤 했던 깎새였다. 하지만, 노동이 일상을 지배한 뒤로 잠의 유혹에 쉽게 빠져 버리곤 한다. 그제 쉬는 화요일 오후 6시쯤 되었을 무렵 눈꺼풀이 반쯤 감기고 온몸이 축 늘어졌다. 휴일 저녁을 알차게 보낼 마음이 전혀 없는 수마睡魔가 훼방을 놓았다. 속절없이 잠자리에 들었고 그길로 다음날까지 꼼짝을 안 했다. 일주일 치 밀린 잠을 보상받는 차원이니 더 전투적으로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야 한다며 잠에 취한 중에도 구실을 둘러댔지만 그러는 자신이 지극히 말초적이라고 부끄러워한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