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by 김대일

음력으로 7월 초하루인 오늘은 음력으로 쇠는 깎새 생일이다. 올해는 윤달이 끼어 8월도 한참 하순으로 밀렸다. 생일에 즈음하야 점방을 닫진 않는다. 새벽 4시 40분이면 일어나 채비를 갖춘 뒤 어김없이 점방으로 향했다. 반복되는 일상이 생일이라고 다를 리 없다. 어제 같은 오늘이니 유난은 오히려 거추장스럽다.

퇴근할 때를 기다려 마누라가 조촐하게 생일상을 차리면서 생색을 낼 게다. 아이들은 평소와는 다른 친절로 대할 게 뻔하다. 부담스럽고 마뜩잖다. 나이 든 티를 팍팍 내는 심술이겠지만 평소처럼 하던 대로 무심하면 마음이 훨씬 편할 텐데.

작년 이맘때 마누라와 큰딸이 아이스크림으로 만든 케이크서껀 초밥, 족발을 사다가 생일상이라며 차려줬었다. 케이크에 꽂은 촛불을 끄는 요식행위가 끝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들 식사에만 전념했다. 그러려니 여기며 깎새도 말없이 코 박고 주린 배를 채울 뿐이었다. 아마 오늘 저녁도 비스무리할 게다.

선물은 따로 없는 대신 마누라가 금일봉을 하사할 게다. 깎새가 그걸로 무슨 짓을 벌이든 간섭 안 한다는 조건으로. 봉투에 담긴 현금은 5만 원을 넘지 않을 게다. 액수 많고 적음은 중요하지 않다. 마누라 바가지 안 긁히고 제멋대로 쓸 수 있다는 데 값어치가 더 묵직하니까. 마음 같아서는 그 돈으로 조붓한 선술집에 처박혀 혼자 자축하는 대포 한 잔 기울이고 싶지만 기분 내기에는 요즘 물가가 미쳤다.

생일치레는 속절없는 인생을 새삼 확인시키는 서글픈 연례행사일 뿐이다. 무슨 파블로프 개도 아니고 때만 되었다 하면 예의 생일 지랄병이 도져서 사람 울적해지기 일쑤다. 아니나다를까 이 글을 쓰고 있는 깎새 심경은 우울하기 그지없어서 잘못 건드렸다간 사단 크게 벌일지 모를 일이다. 재차 말하건대 평소대로 내비두면 차라리 마음 편하겠다. 그게 깎새 생일을 기념하는 예의로 무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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