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걸고 있는 중
나태주
바람 부는 날이면
전화를 걸고 싶다
하늘 맑고 구름 높이 뜬 날이면
더욱 전화를 걸고 싶다
전화 가운데서도 핸드폰으로
멀리, 멀리 있는 사람에게
오래, 오래 잊고 살던
이름조차 가물가물한 사람을 찾아내어
잘 있느냐고
잘 있었다고
잘 있으라고
잘 있을 것이라고
아마도 나는 오늘
바람이 되고 싶고
구름이 되고 싶은가보다
가볍고 가벼운 전화 음성이 되고 싶은가보다
나는 지금 자전거를 끌고
개울 길을 따라가면서
너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중이다.
(무수한 연락처 중에,
잘 있느냐고
잘 있었다고
잘 있으라고
잘 있을 것이라고
'어제의 일을 묻고 오늘의 안부를 전하고, 내일의 안녕을 기원'(문태준)할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게 시를 읽어 나가기 쉽지 않은 까닭이겠다.
시를 쓴 시인은 시인이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선량함을 꼽았단다. “시인들은 겸손해야 하고 늘 자기만의 문제나 느낌, 생각에만 몰두하지 말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의 그것에 대해 겸허히 귀를 기울이고 부드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시는 “다른 사람들을 위한 시”여야 한다고도 했다.(문태준, <경향시선-전화를 걸고 있는 중>, 경향신문, 2019.09.22)
선량하지 못해 전화를 못 걸고 시도 쉽게 못 읽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