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아비 사정은 과부가 알아준다

by 김대일

지난 5월에 이용사 실기시험을 3번째 낙방하자 그 반발심으로 국민신문고에 넣었던 민원 글을 그대로 SNS에 올린 적이 있다. 요새 그 글을 읽고 댓글을 다는 이들이 가끔 눈에 띈다.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과목 별 세부 점수를 공개하질 않으니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몰라 답답한 지경이고, 연거푸 떨어지다 보니 자신감은 끝간 데 없이 추락하는 데다 가중되는 경제적인 부담이 스트레스라는.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는 내 글이 그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 데 대해서는 고마운 바이지만, 국면을 전환한다거나 궁즉통하는 방법을 모색하기보다는 가슴에 쌓인 울분을 너저분하게 토로하기 급급한 쓰레기나 다름없는 글이란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 무안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홀아비 사정 과부가 알아준댔다고 그들의 답답한 심사를 누구보다 통감하는 나로서는 그들의 반전을 위해서라면 뭐든 일조하고픈 마음이 불끈불끈 솟는다.

40대 중반 여성이라고 밝힌 이는 필기시험을 합격하고 곧바로 실기시험에 도전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계절이 3번 바뀐 이후에야 응시한 실기시험을 연속해서 4번 떨어졌고 올 겨울이 마지막 실기시험 도전인데 결과가 안 좋으면 필기시험을 다시 봐야할는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참고로, 필기시험을 최초로 합격하고 치르는 실기시험에서 계속 떨어진대도 2년까지는 필기시험이 면제되는 게 국가 기능사 시험이다. 실기시험은 통상 일 년에 4번 정도 돌아오는데 필기시험 2년 면제는 실기시험을 연속해서 8번 치를 수 있다는 말과 같다. 나처럼 5번째 도전을 준비하는 그니에게 나는 대댓글을 달았다.

글을 게시한 건 3번째 낙방 직후였습니다. 그러고도 1번 더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5번째 도전이었던 2021년 제 3회 실기 시험에서 천신만고 끝에 합격했습니다.

시험 노이로제로 고생한 입장에서 해드릴 수 있는 조언이 별로 없습니다만, 5번째 시험일을 받아놓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가발을 깎아댔습니다. 단, 지난 번 시험 때와 달랐던 점은 학원 강사에게 냉정하게 평가해 달라고, 고칠 점은 바로바로 지적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쓴소리 마다하지 않고 다 들었습니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갈 게 있습니다. 내게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실기시험에 정통하고 공인된 기술력을 갖춘 이로 한정했다는 겁니다. 학원을 다니신다면 강사한테 모든 조언을 일임하십시오. 유투브니 잘 깎는다는 옆 동료한테 눈동냥, 귀동냥 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객관적이지도 일관적이지도 않습니다. 오롯이 자기의 기술력을 평가받는 실기시험에서는 어깨 너머로 보고 배우는 건 되레 무용지물이고 해로운 독일 뿐입니다. 코칭은 학원 강사 한 사람, 여의치 않으면 갓 합격한 동료 한 사람에게만 받으십시오. 일관된 자세가 지금은 필요합니다.

저는 합격 전까지 이런 소릴 자주 들었습니다. 어느 정도 기술은 갖췄다, 관건은 시험이 요구하는 틀에 맞추느냐 하는 점이다. 님 글을 읽으면서 님도 저와 비슷하리라 여겨집디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옛말처럼 님도 자신의 기술을 시험이 요구하는 일정한 틀에 맞게 세팅하는 작업이 필요할 듯싶습니다. 그러면서 이 말만은 꼭 전하고 싶습니다. 자기의 기술을 믿으십시오!

2021년 마지막 기능사 실기시험에 임하는 모든 수험생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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