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14)

by 김대일

제대로 된 혁명

D. H. 로렌스


혁명을 하려면 웃고 즐기며 하라

소름 끼치도록 심각하게는 하지 마라

너무 진지하게도 하지 마라

그저 재미로 하라


사람들을 미워하기 때문에는 혁명에 가담하지 마라

그저 원수들의 눈에 침이라도 한번 뱉기 위해서 하라


돈을 좇는 혁명은 하지 말고

돈을 깡그리 비웃는 혁명을 하라


획일을 추구하는 혁명은 하지 마라

혁명은 우리의 산술적 평균을 깨는 결단이어야 한다

사과 실린 수레를 뒤집고 사과가 어느 방향으로

굴러가는가를 보는 짓이란 얼마나 가소로운가!


노동자 계급을 위한 혁명도 하지 마라

우리 모두가 자력으로 괜찮은 귀족이 되는 그런 혁명을 하라

즐겁게 도망치는 당나귀들처럼 뒷발질이나 한번 하라


어쨌든 세계 노동자를 위한 혁명은 하지 마라

노동은 이제껏 우리가 너무 많이 해온 것이 아닌가?

우리 노동을 폐지하자, 우리 일하는 것에 종지부를 찍자!

일은 재미일 수 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일을 즐길 수 있다

그러면 일은 노동이 아니다

우리 노동을 그렇게 하자! 우리 재미를 위한 혁명을 하자!

(「유머니즘」(김찬호, 문학과지성사)이란 책에서 처음 본 시다.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야 훨씬 의미심장하고 웅숭깊을 테지만 '우리 재미를 위한 혁명을 하자'밖에 눈에 안 들어온다. 즐겁고 재밌게 사는 법을 잊어버렸으니 혁명이라도 일으켜야 할 판이다. 그 혁명이란 것도 웃고 즐기며 그저 재미로 해야겠지만. 그러니 재미가 인생 최대의 목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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