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221)

by 김대일

전어

김신용



참, 동전 짤랑이는 것 같기도 했겠다

한때, 짚불 속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구워지던 것

비늘째 소금 뿌려 연탄불 위에서도 익어가던 것

그 흔하디흔한 물고기의 이름이 하필이면 전어(錢魚)라니―

손바닥만 한 게 바다 속에서 은빛 비늘 파닥이는 모습이

어쩌면 물속에서 일렁이는 동전을 닮아 보이기도 했겠다

통소금 뿌려 숯불 위에서 구워질 때,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그 구수한 냄새가 풍겨질 때, 우스갯소리로 스스로 위로하는

그런 수상한 맛도 나지만, 그래, 이름은 언제나 상형(象形)의 의미를 띠고 있어

살이 얇고 잔가시가 많아 시장에서도 푸대접 받았지만

뼈째로 썰어 고추장에 비벼 그릇째 먹기도 했지만

불 위에서 노릇노릇 익어가는 냄새는, 헛헛한 속을 달래주던

장바닥에 나앉아 먹는 국밥 한 그릇의, 그런 감칠맛이어서

손바닥만 한 것이, 그물 가득 은빛 비늘 파닥이는 모습이

그래, 빈 호주머니 속을 가득 채워주는 묵직한 동전 같기도 했겠다

흔히 ‘떼돈을 번다’라는 말이, 강원도 아오라지쯤 되는 곳에서

아름드리 뗏목 엮어 번 돈의 의미를, 어원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

바다 속에서, 가을 벌판의 억새처럼 흔들리는 저것들을

참, 동전 반짝이는 모습처럼 비쳐 보이기도 했겠다


錢魚,


언제나 마른 나뭇잎 한 장 같던 마음속에

물고기 뼈처럼 돋아나던 것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지만 도다리는 뼈째 와드득와드득 씹어 먹는 반면 전어는 아예 피한다. 서울살이하던 총각 시절 포장마차에서 전어회 먹다 심하게 아다리 걸린 뒤로는 錢魚니까 돈을 주고 먹으라고 해도 절대 안 먹는다.

허나 전어가 불현듯 떠오르면 가을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니 가을의 전령사임엔 틀림없다. 가을만 맛나게 먹고 전어는 여전히 사양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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