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 가장 잔인한 영역

by 김대일

날씨가 좋다면 우산을 내밀고 비가 쏟아지면 우산을 빼앗는다. 이것이 은행의 본모습이다. 대출의 핵심은 회수에 있다 . 이것도 역시 은행의 본모습이다. 돈은 부유한 자에게 빌려주고 가난한 자에게는 빌려주지 않는 게 철칙이다. 세상이란 원래 그런 법이다. 이것이 은행 대출의 근간이자 은행의 사고방식이다. (이케이도 준, 『한자와 나오키 1』, 이선희 옮김, 인플루엔셜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최저 신용자 대출에 연 15.9%의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것을 두고 “고리로 빌려주며 서민금융 대책인 양 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근본적인 고민을 다시 해주면 좋겠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제41회 국무회의에서 서민금융 예산을 확대하겠다는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의 보고를 듣던 중 “그런데 이자가 너무 비싸지 않냐”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의 정책서민금융 상품 중 ‘햇살론 유스’ 등 일부는 4%로 금리가 낮지만, 불법사금융예방대출이나 최저신용자 보증부대출 등은 15.9%로 금리가 높다.

이 대통령은 “금융은 가장 잔인한 영역인 것 같다. 자본주의의 핵심이니 그럴 수 있지만, 어떻게 (15.9% 고금리 대출을) 서민 금융이라 이름 붙일 수 있겠냐”며 “금융기관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돈 없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준다고 하면서 이자율을 15.9%로 하면 경제성장률 1% 시대에 성장률의 10배가 넘는 이자를 주고 서민들이 살 수 있겠냐”고 했다. 또 “(금융기관은) 연간 예대마진으로 30∼40조씩 수익을 내면서 (저신용자 대출) 몇백억에 십몇 프로 이자를 받아서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기관은) 돈이 별로 필요 없는 고신용자들에게는 1%대로 돈을 빌려주려고 하니 (이들이) 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냐”며 “초저금리로 대출받는 고신용자들에게 0.1%만이라도 이자 부담을 더 시키고, 그중 일부로 금융에 접근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좀 더 싸게 돈을 빌려주면 안 되냐”고 물었다.

(중략)

이 대통령은 “금융기관의 수익을 왜 서민금융에 쓰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 금융 시스템은 개인의 경영 혁신이 아닌 시스템으로 돈을 버는 것”이라며 “사회주의자라고 할지 몰라도 금융은 국가 시스템을 이용한 사업인 만큼 고민을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한겨레신문, 2025.09.09 기사에서)



빌려줄 때는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처럼 갖은 간살을 다 떤다. 그러다가 차입자 신용에 (빨간불도 아닌)황색불이 들어올라치면 금융환경에 발빠르게 대응한다는 아전인수격 핑계를 대고선, 지들 사정을 왜 남한테 전가하는지 모르겠지만, 부리나케 한도를 줄이거나 원금 전액 상환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호들갑을 떤다. '정 그러시다면' 사정을 봐 주는 척 대출금리를 턱없이 올리는 짓도 서슴지 않는다.

고객이 급여이체와 공과금 납부 따위를 주거래은행에 몰아주면서 충성을 다한다 한들 신용이 낮거나 거래금액 자체가 적으면 이체 수수료까지 다 챙겨 먹는 얌체짓을 서슴지 않으면서 그 고객이 정작 돈이 급해 은행문을 두드리면 신용이 낮다, 담보가 없다는 꼬투리를 잡아 문전박대해 없는 놈을 두 번 죽인다. 유명 스타들한테 광고료를 물 쓰듯 뿌려 만든 광고에는 공익적 역할을 자임하는 첨병 역할을 온갖 감언이설로 강조하는 선전 문구가 난무하지만 마른 수건 쥐어짜듯 없는 자들의 고혈을 뽑아 그들 배만 채우는 추악한 아귀 집단의 위선일 뿐이다.

엄밀히 말해 은행이 가지고 있는 자산이 은행 것인가. 은행이 할 줄 아는 짓이라고는 남의 돈으로 돈놀이를 해 마진을 챙기는 거간꾼이 본질이지 생산적인 건 하나도 없다. 저금리로 돈을 빌려와서는 고금리로 돈놀이를 하는, 혹은 펑크가 난 은행 재정을 국민 세금으로 구제받는 걸 부끄럽게 여기기는커녕 제 돈도 아니면서 고리대금을 벌이는 것도 파렴치한데 그렇게 번 돈으로 주주들 고배당하고 지들끼리 상여금 잔치를 벌인다. 염치도 없이 제 주머니 속만 채우는 족속들이 엘리트랍시고 하루가 멀다하고 신문 경제면을 장식한다. 자본주의라는 멍청이가 낳은 질이 아주 나쁜 괴물이 아니면 은행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케이도 준은 일본 작가로 게이오기주쿠대학 문학부와 법학부를 졸업한 후 미쓰비시은행에서 은행원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은행을 퇴사하고 전업작가로 전향한 뒤 은행원 경험을 살려 주로 경제 관련 선 굵은 소설을 주로 내놨다. 은행 비리와 관련된 흑막이나 대기업의 만행, 은행의 갑질에 어려움을 겪지만 결국 극복하는 중소기업 얘기가 주를 이룬다.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는 이케이도 준이 일본 대형 은행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은행 조직 속 정치 싸움, 금융 업무 사무 비리 따위를 실감나게 그려냈다.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표방하지만 은행의 속성을 적절한 비유로 표현한 대목은 가히 통찰적이다. '은행을 절대 믿어서는 안 된다.'

국무회의라는 공개석상에서 대통령이 낸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향후 취해질 조치를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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