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222)

by 김대일

나무에 대하여

정호승



나는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가 더 아름답다

곧은 나무의 그림자보다

굽은 나무의 그림자가 더 사랑스럽다

함박눈도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에 더 많이 쌓인다

그늘도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에 더 그늘져

잠들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와 잠이 든다

새들도 곧은 나뭇가지보다

굽은 나뭇가지에 더 많이 날아와 앉는다

곧은 나무는 자기의 그림자가

구부러지는 것을 싫어하나

고통의 무게를 견딜 줄 아는

굽은 나무는 자기의 그림자가

구부러지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 제가 나무를 워낙 좋아합니다. 저는 이 세상에 만물이 나무로 구성돼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세상은 나무가 있기 때문에 존재합니다. 나무는 변하면서도 변하지 않습니다. 항상 그 자리에 있지만 늘 변하는 게 나무입니다. 산이 아름답다고 하지만 사실은 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서)


- 나무의 나이테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나무는 겨울에도 자란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겨울에 자란 부분일수록 여름에 자란 부분보다 훨씬 단단하다는 사실입니다.

햇빛 한 줌 챙겨 줄 단 한 개의 잎새도 없이 동토凍土에 발목 박고 풍설風雪에 팔 벌리고 서서도 나무는 팔뚝을, 가슴을 그리고 내년의 봄을 키우고 있습니다. (신영복)


- 최근 미국 예일대 환경대학원 연구진은 과학저널 네이처에 '살아 있는 나무 내부의 다양하고 독특한 미생물 군집'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네이처는 이를 표지논문으로 선정해 '나무속은 북적댄다'라는 제목을 달았는데, 나무 안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다는 발견의 놀라움을 담은 표현이다.

(···)

나무 내부에서 미생물들은 무작위로 분포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깊숙한 심재와 껍질 쪽에 가까운 변재에 아주 다른 미생물 군집이 살아간다는 것을 확인했다. 심재에는 산소 없이 생존하는 미생물이, 변재에는 산소가 필요한 미생물이 살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가스를 생성하거나 영양소를 순환시키며 나무의 대사를 돕는다.

놀라운 점은 미생물의 규모다. 연구진은 샘플에서 얻은 미생물 수를 평균적인 활엽수(약 5톤 무게)의 규모로 환산해, 나무 한그루에 약 1조개의 미생물이 산다고 추산했다. 숫자만 보면, 인체 미생물 규모(최근 추산 30조~40조개)에 비해 훨씬 적지만, 딱딱한 내부 목질이 사실은 풍부한 미생물 서식지라는 점은 놀랍다.

(···)

이미 식물 개체는 방대한 미생물 네트워크와 얽혀 있는 복잡하고 통합된 생태계로 이해되기 시작했는데, 이번 연구는 이런 시각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숙주 동식물과 공생 미생물을 사실상 통합된 생명체(통생명체, holobiont)로 바라보는 새로운 생물학의 관점도 맞닿아 있다.

가을이 오면 나무는 겨울을 준비할 테고, 내부에서 수많은 미생물도 분주하게 계절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북적대는 작지만 거대한 생명 합주는 우리에게 자연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 나무와 미생물, 인간과 장내 미생물처럼 생명은 늘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오철우의 과학풍경-"나무속은 북적댄다···작지만 거대한 생명의 합주], 한겨레, 2025.09.03 에서)



나무 그 자체를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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