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예양

by 김대일

예양은 처음에 범씨, 중행씨를 섬겼으나 지백이 그를 대단히 중히 여겨 신하로 삼아 총애했다. 이후 한, 위, 조 세 가문을 치려던 지백은 도리어 멸망당했다. 지백을 깊이 원망한 조양자는 지백의 두개골로 술잔을 만들었다고 한다. 주군의 은혜를 갚고자 자객을 자처한 예양은 조양자를 죽이려고 죄인으로 가장해 변소의 벽을 칠하는 일을 하며 암살 기회를 노렸으나 불길한 살기를 느낀 조양자한테 발각돼 실패했다. 충성심에 감복한 조양자는 자객을 풀어줬으나 더 완벽한 복수를 위해 몸에 옻칠을 해 나병 환자처럼 외모를 바꾸고 뜨거운 숯을 삼켜 벙어리가 되는 집념을 보인다.

그런 예양을 알아본 친구가 굳이 그렇게까지 하는 까닭을 묻자,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고, 여자는 자신을 기쁘게 해주는 남자를 위해 화장을 한다士爲知己者死 女爲悅己者容"라는 명언을 남겼다. 차라리 조양자에게 충성하며 여생을 편히 살라는 친구 제안을 거절하면서 예양은 "이미 그의 신하가 되었으면서 또 그를 죽이고자 하면 이는 두 마음을 품는 것일세. 내가 극히 어려운 일을 하고자 하는 것은 그렇게 함으로써 장차 천하 후세에 다른 사람의 신하가 되어서 두 마음을 품은 자를 부끄럽게 하기 위함"이라고 하였다. 암살에 번번히 실패하자 조양자에게 간청해 그의 옷을 받아 3번 친 뒤 '지하에서 지백에게 보고하겠다'고 말하고는 태연하게 자결한다.

'두 마음을 품은 자는 부끄럽다'라는 예양의 선언이 스스로에게는 어길 수 없는 철칙이고 염량세태를 좇아서 일신의 영달만을 꾀하는 무리를 향한 엄중한 경고라고 한다면 우직하고 통쾌할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세상은 변하고 물정도 변하기 마련이다. 자신을 알아본 옛 주군을 향한 의리의 짐을 잠시 내려놓을 일말의 융통성이 남아 있다면 변함없는 충성심을 대번에 통찰한 인물이 설령 구원仇怨의 당사자일지언정 그 뜻을 굽힐 줄도 알아야 한다. 비록 인생은 유한하나 초개같이 하찮지는 않은 까닭이겠다.

'士爲知己者死 女爲悅己者容'는 시대착오적이고 예양은 고지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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