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백 원 팁

by 김대일

숱은 무성한 데다 억세기로는 철사와 맞먹는 곱슬머리를 깎아내는 데는 평균치 이상의 에너지가 들어간다. 비단 급격한 근력 소모 뿐 아니라 바리캉마저 과부하로 허덕거리기 일쑤여서 꽁한 마음에 추가 요금을 더 내라고 닦아세웠던 것이다. 그 뒤로 청년은 알아서 기본요금에 3천 원을 더 얹은 8천 원을 계좌이체하곤 했다. 깎새는 깎새대로 성마른 성질머리 탓에 객쩍은 짓 했다 뒤늦게 후회했지만 요금을 원상복귀시키겠다는 뜻을 먼저 내비치지는 않는다. 3천 원이 어디냐는 견물생심이 이성을 마비시킨 셈이지. 대신 3천 원 만큼 신경을 더 쓰겠다는 것으로 찜찜함을 퉁치기로 작정했더랬다.

그 청년 엊그제 들렀었다. 이발할 때가 한참 지났으니 당연히 사자머리를 해가지고 왔다. 무릇 단골이면 눈 감고도 해치울 수 있을 성싶지만 깎을 적마다 욕보는 두상은 의외로 차고 넘친다. 청년이 딱 그짝이다. 깎을 적마다 식은땀이 겨드랑이를 타고 흐르는 까닭은 무성한 데다 억세기까지 한 머리카락을 해치우면서 스타일까지 멀쩡하게 가꿔 주려고 애를 무진 태우기 때문이겠다. 일반 손님 두세 명을 연달아 깎을 때와 버금가게 소모되는 기력은 겪어 보지 않으면 모르는 깎새만의 애환이다.

아무튼 그날도 청년은 요금을 계좌로 보냈다. 당연히 8천 원이겠거니 했는데 알림으로 본 금액은 8천5백 원이었다. 잘못 눌러 더 보냈는가 싶어 요금 치르고 빠져나간 청년을 돌려세워서는 바로잡으려 했다. 그러자 청년이 해맑게,

- 미안해서 더 보냈습니다. 오랜만에 들르기도 했고.

큰돈도 아니면서 뿌듯했다. 깎새의 노고에 대해 청년은 자기 선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치하를 해 준 셈이다. 그러니 기껏이 아니라 무려 5백 원으로 노동의 보람을 일깨워 준 청년을 깎새가 더 고마울 수밖에 없다.

팁TIP이 '신속한 처리를 보장받기 위해서To Insure Promptness(혹은 Proper service)'라는 말의 두문자에서 유래됐다는 설을 본 적 있다. 문자로만 놓고 보면 선제적 조치의 냄새가 짙지만 실제로 팁은 볼일 다 보고 맨 나중에 받는다. 물론 조건이 있다. 서비스 제공자의 태도를 봐뒀다가 팁을 줄지 말지를 결정하니까. 그러니 거의 공식적이고 의무적이다시피 한 서구 팁 문화와는 달리 우리가 받아들이는 팁의 개념은 아직까지는 덤이다. 주면 웬 떡이냐 싶지만 아니 준대서 서운하거나 괘씸하지는 않다. 요는 서비스 구매자가 아닌 제공자의 길에 들어서고부터 '자발적으로 주는 돈'이라는 팁의 정의에서 '돈'보다는 '자발적'이라는 의미에 더 방점을 두게 된 깎새다. 즉, 서비스 구매자와 제공자 사이에 건설적이면서 친근한 유대감의 발현으로써 팁을 '보람'이란 단어와 등치시켜 정신 건강을 이롭게 하려는 혐의가 짙다. 따라서 보람찬 팁을 받으려면 깎새는 앞으로 더 나긋나긋해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술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