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면

by 김대일

자연스런 노화 현상인지 모르겠는데 들었던 잠이 깨면 다시 깊은 잠 들기가 쉽지 않더라. 요의尿意에 깨는 것도 깨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볼일 마치고 후다닥 다시 드러누우면 비몽사몽간이라 그런지 금세 곯아떨어지긴 한다. 하지만 어제처럼 자정이 다 되어 언니가 학교에서 집으로 출발했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막내딸이 엄마한테 전하는 소리를 잠결에 들은 뒤로 이제나저제나 귀소 인기척에만 한쪽 귀가 열려 있다 보니 선잠마저 다 달아나 버렸다.

전철 끊겨 택시를 탔다면 도착이 더 빨라야 하는데 올 때를 훌쩍 넘기고도 열 번 걸면 겨우 한 번 연결이 될락말락인 통화에선 가고 있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뇌이는 녀석 때문에 걱정을 넘어 심사는 점점 꼬여 가기만 했다. 첫새벽 출근해야 하는 아비의 숙면을 보전해 줄 요량이었으면 도착해도 벌써 했어야 하지만 1시를 지나 2시도 반이나 훌쩍 넘어가는데도 도통 감감무소식이라 속이 타다 못해 숯검댕이가 되어 버린 아비는 숫제 옷을 받쳐 입고 밖으로 나가기까지 했다. 덩치는 땅콩만 하면서 이기지도 못할 술로 거의 기다시피 귀가했던 전적이 자꾸 떠올라 아비는 이번에도 혹시나 하는 초조감에 부쩌지를 못했던 것이다.

불안하고 답답한 탓에 모처럼 삽상한 밤공기조차 못 느끼던 아비는 통화 버튼을 쉴 새 없이 눌러댔지만 신호만 가다 끊기는 불통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문득 스마트폰에서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만 호통부터 버럭 질러 버린 아비.

- 너, 지금 뭐하자는 거야!

그러고도 근 1시간이 지난 새벽 3시쯤 큰딸은 귀가했다. 심기 불편한 남편 눈치 살피면서 방으로 들여 일단 재우려는 마누라를 말리지 않았다. 일거에 풀려 버린 긴장감 때문에 피곤이 확 몰려왔지만 애저녁에 달아난 잠을 붙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대로 잠자코 있기가 버거워 채비 갖춰 점방으로 향했다. 도착하니 새벽 네 시. 도착 즉시 문자 보내라는 마누라는 둘 중 한 사람만이라도 편하게 해 달라는 간청을 덧붙였다.

깊은 새벽 동네는 괴괴했고 점방마저 울울했다. 후다닥 달아나는 바퀴벌레 두 마리를 발로 밟아 잡았다. 뭐라도 짓이기지 않으면 울화통이 터졌을 텐데 눈치 없는 녀석들이 가련했지만 분풀이였던 셈이다. 신새벽에 내장 터져 짜부라진 사체를 보다가 몸소름이 돋고 비위가 상했다.

오늘 새벽에 올릴 테지만 글은 어제 새벽 5시 점방에서 썼다. 아마 몸은 무겁고 심기까지 편치 않아 온종일 고군분투했을 거이다. 일정한 시간 동안 깊게 드는 숙면이 보약 맞다.

작가의 이전글5백 원 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