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223)

by 김대일

사람이 사는 길 밑에

박재삼



겨울 바다를 가며

물결이 출렁이고

배가 흔들리는 것에만

어찌 정신을 다 쏟으랴.

그 출렁임이

그 흔들림이

거세어서만이

천 길 바다 밑에서는

산호가 찬란하게

피어나고 있는 일이라!

사람이 살아가는 그 어려운 길도

아득한 출렁임 흔들림 밑에

그것을 받쳐주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노래가 마땅히 있는 일이라!

……다 그런 일이라!




(배 부르고 등 따수우면 인생 편할 성싶지만 무료해서 일찍 죽는다. 손님 중에 누가 그러더라구. 3천 억 자산가를 알고 있는데 자주 가는 룸살롱에서 명절이 가까워지면 몇천만 원짜리 선물을 보내줄 정도라나. 유명 셀럽을 수하마냥 데리고 다니면서 호화찬란하게 먹고 마시는 나날을 이어가던 중에 지나가던 젊은 대학생을 보면서, "대학생하고 사귀고 싶다"라고 뇌까렸단다. 하다 하다 성적 취향까지 괴상망측해졌다며 속으로 비웃었는데 들었는지 어땠는지 변명 삼아 한 마디 더 하더란다.

"생기발랄해야 그게 사는 맛인데, 인생 재미 없어 빨리 죽고 싶다."

3천 억 자산가가 뭐가 아쉬워서 명을 재촉하려 들겠는가. 시인 말마따나 '아득한 출렁임 흔들림 밑에 / 그것을 받쳐주는 / 슬프고도 아름다운 / 노래가 마땅히 있'지 않아서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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