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대목 너무너무 싫어

by 김대일

한 자리에서 4년 가까이 장사하다 보면 매상 추이 윤곽을 대충 그릴 줄 아는 짬밥이 생긴다. 1년 12달 4계절을 쫘악 펼쳐 놓고 보면, 아침저녁으로 냉기를 머금기 시작하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간 뒤 벚꽃이 만개하다 순식간에 지고 마는 시기까지가 깎새 점방 비수기이고, 양지쪽 볕이 살짝 따가워지기 시작하더니 성하를 거쳐 추석 명절을 지날 즈음까지가 성수기라고 보는 편이다. 이는 봄과 여름에 특히 머리카락 자라는 속도가 빠르다는 점과 일맥 통하는 바이고 실제로도 비 오듯 땀으로 범벅인 여름에는 머리털이 거추장스럽다면서 한 번 올 거 두 번 찾는 손님들로 성황을 이룬다.

하여 추석 명절이 가까워지는 요즘은 한 해 성수기의 끝물이면서 막판 스퍼트를 한창 올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재미가 별로 없다. 명절 앞 복병, 대목을 탔기 때문이다. 명절 긴 연휴를 앞둔 2~3주 전부터 손님 발길이 뚝 끊겨 손가락 빨고 자빠졌다. 손님마다 이발 주기가 제각각이니 늘 깎던 대로 깎으면 꾸준해야 마땅하지만 명절 시즌만 되었다 하면 유난스러우리만치 미루다 미루다 깎는 습성이 전염되는가 보더라. 명절 때면 으레 나타나는 현상이겠거니 대수롭잖게 여기면 그만일 법하지만 단대목에 반짝 특수가 목마른 장사치 입장에서는 흥하기는커녕 대목 타는 바람에 명절 아닌 달보다 매상이 쪼그라들면 속이 엄청 상한다. 게다가 명절 앞에 몰리는 손님은 일만 많고 거둘 건 별로 없이 대목 탄 매상 벌충하다 끝나다 보니 식소사번食少事煩, 딱 그짝이다. 하여 명절 대목이 달갑지가 않다.

9월 들어 첫 2~3주 널널하더니 월말 다 돼 가 모처럼 손님이 몰렸던 엊그제 주말이었다. 매상 걱정하면 결코 널널해선 안 되는데도 9월 내도록 소풍 나온 기분이었다가 가리늦게 부산을 떨며 매상을 겨우 올렸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대목 타는 바람에 줄어든 매상 벌충하자면 역부족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주를 지나면 긴 추석 연휴가 코앞이다. 손님이 많이 들든 적든 마누라 바가지는 기정사실이다. 매상 준 게 제 탓은 아니지만 그저 직수굿이 긁힐 걸 각오할밖에.

아마 명절 대목 앞이면 어김없이 깎새가 이런 푸념을 늘어놓았지 싶다. 아, 명절 대목 너무너무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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