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 막내딸 다음 주 중간고사로 발등에 불 떨어졌다. 1학기 기말시험을 통째로 망쳐 엄마를 대환장시켜 버린 전적을 만회하려고 독서실을 끊는다 어쩐다 나름 애를 쓰는 눈치다. 펜싱에 온통 마음 뺏긴 녀석한테 호성적을 바라는 건 무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공부 잘 하라는 잔소리 대신 즐기라고 부탁한다. 성적이 좋으면 금상첨화고 나쁘다고 기 죽을 거 없다고. 단, 안 하고 후회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도 힘 주어 일렀다.
국어 시험 대비한답시고 읽는 시는 괴롭다. 쉽진 않겠지만 시 자체를 즐기라고 당부한다. 시험 범위인 듯 김소월의 「먼 후일」을 내민다. 나도 처음 보는 시다. 첫사랑 얼굴이 문득 떠오른다. 아련했다. 잊고 싶어도 못 잊는 얼굴이다. 첫사랑 운운했다간 지 엄마한테 어퍼컷 맞을 성싶어 쏙 뺐다. '잊었다고 강조를 하는 건 그렇게 말하면서 더 못 잊겠다는 소리야. 내 맘은 그게 아닌데 정 반대로 말해. 근데 그게 속마음을 더 드러내는 효과를 내. 일종의 반어인 셈이지.', '맞아! 교과서에 반어법이라고 적혀 있어. 이제 무슨 말인지 알겠네.'
공부를 하고 싶어도 용어가 어려워 흥미가 안 일면 문해력이 달리는 원인이 애들한테만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다음날 알바 출근 때문에 일찍 자야 하는데 교과서 붙들고 한참을 지껄였다. 막내딸 아빠를 경이롭게 쳐다보니 살짝 우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