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본모습

by 김대일

2021.10.04.자 경향신문 경제면 기사를 보다 분통을 터뜨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은이 코로나19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시행 중인 금융중개지원대출제도가 시중은행 배 불리기에 이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중은행들이 한은에서 연 0.25% 저금리로 자금을 공급받고도 창구에서는 2~3% 대의 금리로 대출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물 팔아 먹는 것도 아닌데 나라 돈으로 폭리를 취하는 것들이 칼만 안 들었지 날강도 아니면 뭘까.

빚에 치어 세상 쓴맛을 제법 맛본 자로서 죽어 무덤에 묻힐 때까지 변치 않을 신조가 하나 있다면, '은행을 믿어서는 안 된다.' 돈 빌려줄 때는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처럼 온갖 아양을 다 떨어대더니 차입자 신용 상태에 황색불(빨간불도 아니고)이라도 들어올라치면, 또는 급변하는 경기에 발빠르게 대응(지들 사정을 왜 남한테 전가하는지)한다는 아전인수격 결정을 내리고서는 부리나케 대출한도를 줄이거나 원금 전액 상환을 일방적으로 통보한다. '정 그러시다면'서 사정 봐주는 척 대출금리를 턱없이 올리는 짓도 서슴지 않고 벌인다. 급여이체, 공과금 납부, 하다못해 이체 수수료까지 다 받아 처먹으면서도 정작 돈이 급해 은행문을 두드리면 신용이 낮다, 담보가 없다(약하다)면서 문전박대를 해 없는 놈 두 번 죽인다. 은행이 미디어를 통해 온갖 감언이설로 공익적 역할을 강조하는 선전을 해대지만 마른 수건 쥐어짜듯 없는 자들의 고혈을 뽑아 그들 배만 채우는 추악한 아귀 집단이다. 엄밀히 은행이 가지고 있는 자산이 은행 것인가. 은행이 할 줄 아는 일이라고는 중간에서 대리로 돈 빌려주고 마진 챙기는 것 말고는 생산적인 게 하나도 없다. 신문 기사 내용처럼 저금리로 돈을 빌려와서 고금리로 빌려 주는. 자기 돈도 아니면서 고리대금을 벌이는 것도 파렴치한데 그렇게 번 돈으로 주주들 고배당하고 지들끼리 상여금 잔치를 벌인다. 염치도 없이 제 주머니 속만 채우는 족속들이 엘리트랍시고 하루가 멀다하고 신문 경제면을 장식한다. 자본주의라는 멍청이가 낳은 질 나쁜 괴물 중 한 녀석이다.

이케이도 준은 일본 작가로 게이오기주쿠대학 ​​​​문학부와 법학부를 졸업한 후 미쓰비시은행​에서 은행원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은행을 퇴사하고 전업작가로 전향한 뒤 은행원 경험을 살려 주로 경제 관련 선 굵은 소설을 주로 내놨다. 은행 비리와 관련된 흑막이나 대기업의 만행, 은행의 갑질에 어려움을 겪지만 결국 극복하는 중소기업 얘기가 주를 이룬다.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는 이케이도 준이 일본 대형 은행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은행 조직 속 정치 싸움, 금융 업무 사무 비리 따위를 실감나게 그려냈다.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표방하지만 은행의 속성을 적절한 비유로 표현한 대목은 대단히 통찰적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새삼 다짐했다. '은행을 절대 믿어서는 안 된다.'

날씨가 좋다면 우산을 내밀고 비가 쏟아지면 우산을 빼앗는다. 이것이 은행의 본모습이다. 대출의 핵심은 회수에 있다 . 이것도 역시 은행의 본모습이다. 돈은 부유한 자에게 빌려주고 가난한 자에게는 빌려주지 않는 게 철칙이다. 세상이란 원래 그런 법이다. 이것이 은행 대출의 근간이자 은행의 사고방식이다.

- 이케이도 준, 『한자와 나오키 1』, 이선희 옮김, 인플루엔셜​


작가의 이전글엘비스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