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때문에 환장하겠다. 여름 내내 모기 훈증기를 끼고 살다가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 지나면서 한시름 더나 싶었는데 가을 모기 기승을 부려 밤잠을 설친 게 며칠짼지도 모르겠다. 제주도는 때아닌 열대야로 난리라고 하고 가을도 한창인 10월에 반팔을 입고 다녀도 후텁지근하면 말 다 했다. 가을 장마로 알 낳을 물웅덩이가 많아져서 모기 번식의 최적의 조건이 만들어졌다는 분석인가 본데 가을 모기는 여름 모기보다 더 맵고 독하다.
가을 모기 극성이 오래된 현상이 아닌가 보다. 한 일간지 칼럼에 따르면, 이동규 고신대 교수가 2017년에 쓴 '국내 서식 감염병 매개체의 생태학적 특성과 현황'이라는 논문에서 "10여년 전까지는 (모기가) 7월 하순부터 8월 초순에 최대 발생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9월 중순이 최대 발생 시기로 변했다"는 진단을 내렸단다. 최근 두드러진 기후변화와의 연관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나.(한겨레신문, <유레카-가을 모기>, 2021.10. 06.)
여름이고 가을이고 모기가 왱왱거리는 소리만 들려도 나는 괴롭다. 모기가 빨아먹길 즐기는 피가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족 중에 유독 나만 문다. 그래서 유월 햇볕이 따갑게 느껴질 때부터 모기 훈증기를 자리끼 두듯 자는 머리맡에 꽂아 뒀는지 확인한 다음에야 비로소 잠을 청할 수 있다. 유난히 잘 물리는 사람의 고충을 어찌 말로 다 하랴. 귓가를 때리는 왱왱 소리에 간담이 서늘하고 물리기라도 하면 물린 자리가 퉁퉁 붓고 쓰라리다. 하도 간지러워 긁기라도 하면 이내 덧나서 흉측한 생채기로 변한다. 물것을 다 소탕하기 전에는 잠들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온 방안을 사주경계하다 보면 잠은 다 달아나고 먼동이 훤해진다. 폐인도 그런 폐인이 없다.
다산 정약용도 모기 때문에 얼마나 고생이 심했으면 증문憎蚊이라는 시까지 남겼을까. 혹자는 탐관오리를 모기에 빗댄 풍자시라고 주장하나 본데 내가 읽어보니 모기가 정말 얄미워서 쓴 게 맞다. 동병상련하는 사람은 안다.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재앙이 모기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