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 대로 되어라

by 김대일

어느 날 한 관광객이 목가적인 풍경을 찍으러 해변에 갔다가 어부가 고깃배에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어부에게 날씨는 좋고, 바다에 고기도 많은데 왜 이렇게 누워서 빈둥거리느냐고 물었다. 어부가 필요한 만큼 고기를 잡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하자 관광객은 만약 어부가 하루에 서너 차례 더 바다에 출항한다면 서너 배는 더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고, 그러면 1년쯤 뒤에는 배를 한 척 살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한 3년이 지나면 작은 선박 한두 척을 더 사게 될 테고, 그러면 결국에는 여러 척의 어선들을 지휘하며 물고기 떼를 추적할 헬기를 장만하게 되거나, 아니면 잡은 고기를 대도시까지 싣고 갈 트럭을 여러 대 살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러고 나면?” 어부가 묻자 관광객은 의기양양해져서 말했다. “그러고 나면, 당신은 멋진 해변에 편안히 앉아 아름다운 바다를 조용히 바라보게 될 겁니다!” 그러자 어부가 말했다. “그게 바로 당신이 여기 오기 전까지 내가 하고 있었던 거잖소!” - 이진경 외,『고전의 향연』, 한겨레출판, 358~9쪽

떼돈을 벌고 싶다는 포부를 큰딸이 밝혔다. 부모의 고단했던 소싯적을 거의 다 기억하고 있는 녀석으로서는 자기는 그렇게 안 살겠다는 선포나 다름없다. 단호한 녀석을 이해하면서도 나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 그러고 나면?

나 또한 물욕이 없진 않다. 지금보다 넓고 쾌적한 집으로 이사 가고 싶고, 승차감 좋은 미니밴도 타고 다니고 싶다. 허나 그렇다고 꼭 필사적인 것도 아니다. 내 희망사항에 살짝 흥분하던 두 딸이 그럴 줄 알았다며 김 샌 표정을 지어 보인다.

욕심을 잡힐 듯 말 듯한 진행형으로만 늘 남겨두는 운용의 묘가 삶을 보다 박진감 넘치게 만들지 모른다. 하나를 얻으면 또 다른 더 많은 욕심들에 집착하고 그 욕심들을 채우려는 발버둥질로 자칫 내 일상이 만신창이가 될지 모를 일이다. 가지면 가질수록 더 큰 갈망에 몸 달아하는 괴물로 나를 마주볼 자신이 없다. 길어봐야 반백 년도 채 안 남은 여명이다. 그 촉박함을 알고 나니 덧없는 건 꿈꾸는 것으로 만족하면서 살련다. 그냥 소박하고 재밌게 살다 가는 게 진짜 꿈이다.

도리스 데이라는 가수가 부른 노래 <케세라 세라Que Sera Sera>를 우리말로 대충 바꾸면 '될 대로 되어라'쯤? 자포자기하란 말보다는 기름기 쏙 빼고 살자라고 나는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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